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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에 수상한 화재 잇따라...'화인 불명' 속 의견 분분

  • 입력 2021.04.12 00:00
  • 수정 2021.04.13 09:14
  • 기자명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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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환경자원화시설서 5개월만에 또 불
대부분 화인불명이나 자연발화로 결론
"재산가치 없다고 관리감독 소홀 안 될 말"
▲ 10일 저녁 경북 구미시 산동면 환경자원화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지역 쓰레기처리장에서 ‘수상한’ 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밤 경북 구미시 산동면 환경자원화시설(쓰레기처리장)에서 난 불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달 만이다.

12일 소방당국과 해당 시설에 따르면 불은 미처 소각하지 못하고 쌓아둔 쓰레기더미에서 시작됐다. 쓰레기 더미는 이전 처리장에서 가져 온 5만톤과 새로 쌓인 1만톤 등 6만톤 규모다. 11대의 소방 장비와 25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이번에도 쓰레기 더미 깊숙한 곳에서 불타고 있어서 완전 진화까진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불로 처리장 인근 산동면과 옥계동 일대 주민들은 매캐한 연기와 악취로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해 불로 1만톤 가량의 쓰레기가 탄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양이 자연 '소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지역 쓰레기장 화재는 ‘원인 불명’으로 종결됐다. 가연성쓰레기 야적장 등에서 난 불은 수십~1만 톤이 넘는 쓰레기를 태우지만, 화인이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1월 경북 칠곡군 기산면 한 폐기물처리장, 포항시 호동쓰레기매립장, 안동시 수하동 안동광역매립장 쓰레기 야적장에서 불이 나 수백~수천톤의 쓰레기가 사라졌다. 각 쓰레기장 화재는 경북 지역에서 연례 행사가 됐을 정도다. 경북지역의 지난해 쓰레기 관련 화재는 143건에 이른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화인 불명이고, 잇단 화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앞으로도 쓰레기 더미 불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유독 많은 화재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중국의 '재활용품' 수입 금지 조치로 쓰레기 대란이 일자 그 여파로 수도권 등지의 쓰레기가 경북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상한 화재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쓰레기를 옮기는 과정에 불씨가 묻어 오거나 △자연발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연발화는 유기물이 적지 않게 포함된 쓰레기 더미 속에서 특정 미생물의 작용으로 열이 발생하고 메탄가스 등과 결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유리조각이나 물이 든 비닐 등이 돋보기 역할을 해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의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최근 몇 년간 화재가 없었다.

 

방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처리 비용을 줄이려고 고의로 불을 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들통날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방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형법은 방화범에 대해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없고, 재산상의 피해도 거의 없는 만큼 가벼운 처벌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완수 안동과학대 소방안전과 교수는 "일반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쓰레기 더미 속에 있는 일부 미생물은 유기물 등과의 화학 작용을 통해 자연 발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쓰레기가 재산가치가 없더라도 불이 나면 대기오염과 주민불편 등이 뒤따르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11월 소방당국이 구미환경자원화시설 야적장에서 굴삭기 등으로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며 소방수를 뿌리고 있다.
 
▲ 20여만톤의 쓰레기를 모두 처리한 지난 2월 경북 의성 쓰레기 산 모습. 경북도 제공
구미=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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