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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플라스틱의 보복못 줄이면 ‘우리 몸속으로’

시민기자 넛지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 입력 2021.04.01 00:00
  • 수정 2021.04.01 11:43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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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연세대학교 공학원 건물 인근에 연예인 설현과 수지의 실물 크기 입간판이 배치됐다. 두 입간판 앞에는 각각 ‘설현이 좋아’, ‘수지가 좋아’라고 적힌 투표함이 놓여 있었다. 이 투표함은 재떨이였고 투표용지는 담배꽁초였다. 이곳은 이 건물의 흡연 구역.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다른 곳에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한 설치물이었다. 지나친 성적 대상화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 흡연 구역의 담배꽁초는 예외 없이 재떨이(투표함)에 담겼다.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슬쩍 찔러서’ 주의를 환기하는…
스웨덴 스톡홀롬 오덴플랜(Odenplan)광장 지하철역에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다. 여느 지하철역처럼 계단 이용객보다 에스컬레이터 이용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09년 독일 폭스바겐사가 계단을 희고 검은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리모델링하고 계단을 밟으면 실제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장치했다. 이후 아무런 안내판 없이도 ‘피아노 계단’의 이용률은 이전보다 66%나 늘었다. 피아노 계단은 해외에까지 알려져 명소가 됐다.
역과 같은 공중 화장실 남자용 소변기 가운데에 작은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더 다가서게 만들고 집중하게 해서 변기 밖에 소변을 흘리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사례는 모두 넛지(nudged) 이론에 따른 것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뜻이다.
『넛지』는 행동 경제학을 개척한 미국 시카고대학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와 케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현재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008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넛지’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에는 2009년 번역 출간해 40만 부가 팔렸다. 탈러 교수는 인간 행동에 대해 경제학자와 국가의 관심을 높인 공로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폭로·고발보다 중요한 해결·대안
탈러와 선스타인은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했다. 강압적인 금지나 명령이 아닌 부드러운 권유로 상대방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그것도 학교냐?” 이국종 교수도 당한 지방대 혐오
- 지방대생 사망사고 기사에 쏟아진 저주 “너무 충격적”
- “지방대생은 수준 차이 나”… 더 아픈 건 한국 사회가 ‘지잡대’ 멸시하는 이유


‘지방대 혐오사회’ 시리즈의 기사 제목들이다. 지방대 혐오를 정면에서 지적하고 실상을 고발하는 기사들이다. 좋은 기사이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오히려 강한 어조의 고발이 지방대 혐오를 더욱 기정사실화하고 혐오의 말들을 독자의 뇌리에 각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로 저널리즘’의 한계다. 문제의 다양한 국면을 파고들되 대안을 제시하는 데 더 중점을 둔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해결(솔루션) 저널리즘이 아쉬워지는 이유다. 넛지는 해결 저널리즘의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닐 등 사용 줄일 전복적 상상력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은 ‘시민기자 넛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집단지성 기사 모으기다. 첫 번째 주제는 ‘일상 속 비닐·플라스틱 발생 실태와 사용량 줄이기 방안’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량은 산더미처럼 쏟아지고 바다에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또 하나의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 산더미를 줄이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을 점령할 것이다. 끔찍한 역습이다. 나의 집부터 비닐·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과정과 실태를 짚어보고 그 사용을 줄일 방안을 시민기자의 집단지성으로 모아가고자 한다. 시민 언론은 타성에 젖은 일상을 전복한다.

 

* ‘시민기자 넛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지로 알려 드립니다.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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