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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자면서도 가수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트롯가수 허민영

  • 입력 2021.04.01 00:00
  • 수정 2021.04.01 09:43
  • 기자명 송민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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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차에서 잤어요.”
26살 때였다. 그 즈음 집안 사정이 급격히 기울었다. ‘가수’라는 직업에 지역 방송에 종종 출연할 만큼의 인지도는 있었지만 무명 가수의 수입으로 노래만 부르고 살 수는 없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헬스 트레이너 일을 병행했다. ‘일포스티노’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허민영(29)의 이야기다.

그는 “차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오히려 의지가 더 굳어졌다”면서 “가수로서 정신적인 내공을 쌓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막걸리 한잔’… 트롯 가수를 꿈꾸다


트롯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아버지는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면 트롯을 흥얼거렸다. 워낙에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그렇게 트롯 귀명창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노래학원 정기 대회에서 첫 무대를 경험했다. 무대에 서보니 가수의 꿈이 더 간절해졌다.
“첫 무대에서 빌 위더스의 ‘Just the two of us’를 불렀어요. 너무 긴장해서 가사를 까먹었죠. 몇 초간 정적이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실수했는데도 무대가 너무 좋더라고요.”
첫 무대 이후 대한민국 청소년 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대구예술대 전국 청소년 예술실기대회에서도 2등을 차지했다.


그 즈음 가수의 꿈을 집에도 알렸다. 뜻밖에도 아버지가 반대를 했다.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시면서도 막상 아들이 가수의 길을 걷겠다고 하니 “평범하게 살지 왜 가시밭길을 가려고 하느냐”면서 극구 말렸다. 오랜 기간 아버지를 설득했고, 결국 승낙을 얻었다.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군에서 복무하면서 아버지와 관련해 특별한 추억이 있다. 복무 중에 ‘진짜 사나이’ 팀이 부대에 촬영차 방문을 했다. 그때 후임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싸이의 ‘아버지’를 불렀다.


“제게 아버지는 곧 트롯이었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내 마음에 존재하는 아버지의 노랫소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말자고 결심했죠.”


▶긴 무명을 견딘 가수 진성이 롤모델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또다른 아버지가 있다. 가수 진성이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여러 매체에서 알게 된 진성의 이력 중에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진성 역시 10대 시절부터 무대에 올랐고, 1994년에 첫 음반을 냈지만 긴 무명 시절을 겪었다. 이런 저런 상황에서도 결코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 것 역시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림프종암 투병 중에서도 가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는 격언이 있는데, 그 분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네요. 저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볼 생각입니다.”

 



허 씨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없는 현재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모두가 힘든 지금이 하루빨리 끝나고,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행사도 공연도 초토화가 되었어요. 저 혼자만 무대를 빼앗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위로는 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죠. 이 힘든 시간이 마음의 체력을 더 튼튼하게 키우는 자양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무대를 그리는 모든 이들에게 ‘화이팅!’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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