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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개발 신품종 차, 알고 보니 민간연구 빼돌렸나?

  • 입력 2021.03.31 00:00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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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 차나무 '다산' 품종출원
민간개발자 항의에 뒤늦게 명의 변경
임업진흥원 예산지원 공모과제 실적 채우기용 의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자료사진

산림청 산하 기관인 한국수목관리원 소속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주민이 오랜 연구로 개발한 신품종 차나무를 자체개발한 것처럼 국립종자원에 품종출원했다가 주민 항의를 받고 뒤늦게 원상회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출연 기관이 실적채우기에 급급해 민간 성과를 가로채려다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다.

31일 경북 봉화의 차나무 민간 연구자인 A씨(57)와 이웃주민에 따르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A씨가 20여년간 개발한 내한성 차나무 수종인 '다산'의 특허권을 빼돌리려 했다.

수목원은 A씨와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내한성 차나무 연구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A씨는 "이 차나무는 20여년 걸쳐 육성 개발한 신품종 중의 한 종류로 검증과 품종보호출원만 남겨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목원은 이듬해 11월 국립종자원에 차나무 '다산'을 단독 명의로 품종출원을 했다. 2020년 10월에는 국내 차나무 분포지로는 최고 해발(450m)에서 '다산'의 대량 재배에 성공해 생육한계지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재배지는 A씨의 차 밭이다.

 

신품종 차나무 '다산' 을 키우는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 우리차연구소 재배지. 제보자 제공

A씨는 "백두대간수목원이 '다산'을 단독으로 품종출원한 것을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또 "수목원과 MOU를 체결한 것은 20년동안 단독으로 개발한 차나무 3가지를 품종출원해 준다는 조건이었고, 품종출원에 필요한 여러가지 절차적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자기들이 개발한 것처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수목원은 최근 품종출원인을 수목원에서 A씨로 바꿨다

백두대간수목원이 민간인이 개발한 차나무를 무리해 가면서 단독으로 품종출원을 강행한 것은 한국임업진흥원의 예산지원으로 진행한 '고산지역 내한성 차나무 육성 재배기술 개발'이라는 과제에 대한 실적 채우기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수목원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연구비 5억5,800만원을 지원받아 공모과제를 진행했다. 수목원은 "논문게제 2건, 학술발표 3건, 특허출원·등록 1건, 기술이전 1건, 신품종 출원 1건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 성과에 '다산'의 품종출원이 포함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출원 신청서를 작성할 때 A씨와 합의가 있었고, 수목원 단독으로 출원을 진행해도 된다는 국립종자원의 안내에 따라 출원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품종에 대한 권리지분은 A씨가 100% 갖고, 수목원은 품종출원인으로 등록한다는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정부기관을 믿고 맡겼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품종출원인 명의를 지난달 A씨로 바로잡은데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국립종자원에서 권리지분이 없으면 품종권리도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통보를 받고 자체검토와 절차를 거쳐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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