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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경험 덕에 체험프로그램 구성 늘 호평받아요”정다운 대구생명의전화 법인사무국 사회복지사
김주영 객원기자  hankookd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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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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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공감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특기였어요.”
대구생명의전화 법인사무국에서 근무한지 1년 5개월 된 새내기 사회복지사 정다운(31)씨의 이야기다. 정 복지사는 여느 복지사보다 늦게 복지사 이력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용부터 회계, 다양한 일들을 했다. 돌고 돌아 복지사의 자리로 온 셈인데,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던 행복감이었다. 23살에 미용일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학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했다. 이후로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29살에 대구생명의전화에 취업하여 사회복지사로서 이력을 시작했다. 첫 업무는 뇌전증 장애 사업이었다.
“20대를 방황만 하다가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다양한 경험들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어요. 복지사 경험밖에 없는 분들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재밌다고 평가해 주세요.”
뇌전증이 있는 김영희(가명ㆍ70)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로 아들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다. 워낙 고부갈등이 심해서였다. 늘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발작증세가 나타날까봐 두려워 외출은 꿈도 못 꾸었다. 그러다 정씨가 준비한 나들이 프로그램을 접했다. 이후 가장 열심히 참가하는 멤버가 됐다.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첫날 제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골목으로 나오는 것도 겁이 나서 내내 집안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나들이를 시켜줘서 너무 고맙다고요.”
초보 복지사지만 대상자들이 그를 신뢰하고 따르는 정도는 ‘원장님급’이다. 늘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다른 참여자들의 원성을 샀던 김호동(가명ㆍ75)씨는 정씨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본인의 장애를 숨기고 늘 수동적이었던 김철수(가면ㆍ58)씨는 지금은 프로그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면 늘 일등으로 도착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자원봉사자라고하면서 다른 참여자들의 출석부터 물건배부 등 뭐든지 척척 해낸다. 성격이 180도 바뀐 예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맞추다보니 정씨가 이끄는 프로그램에서는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 복지사는 “참가자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더 과감한 프로그램과 행사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를 겸해 간단하게 진행했던 송년회를 대상자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바꿨어요. 마술쇼가 끝났을 땐 그 자리에 있던 대상자 모두가 아이같이 박수치면서 좋아해 주셨어요.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해요.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죠”
정 복지사는 뇌전증 환자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뇌전증 환자들은 겉으로 보면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고, 약만 꾸준히 챙겨먹으면 일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비정상이라고 보는 주변 인식이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복지사에 따르면 뇌전증 장애는 선천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적 충격을 너무 심하게 받은 뒤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든 뇌전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발작’으로 인해 무서운 병이라고 인식하여 회피하려고 하지만 대발작이 아닌 소발작은 고개를 돌려 몇 초만 있어도 저절로 깬다. 119를 불러야 하는 대발작 또한 일반 질병처럼 약물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잘 하면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겉으로 보면 장애가 있는 것을 크게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복지사는 일방적으로 뇌전증 장애에 대한 홍보물품과 리플릿을 배부하는 데에서 그쳤던 기존의 인식개선 캠페인에서 벗어나 장애인분들과 함께 진심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뇌전증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어떤 분야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만 해도 많은 부분에서 큰 진전이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미약하게나마 이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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