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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유통 역대 최고 수준인데... 소비자 도매상 납품업자 '폭탄 돌리기'

  • 입력 2021.01.06 00:00
  • 기자명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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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매천시장 일대에 '도매시장은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불가합니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환전 권한이 없는 도매상이 고객으로부터 울며 겨자먹기로 상품권을 받은 후 납품업자들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지역 한 도매시장에 건어물을 납품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도매상으로부터 1,000만원 어치 납품대금 가운데 300여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받았다.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A씨는 난색을 보였지만 상품권으로 대체해달라는 도매상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A씨는 "가맹점이 아니라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도매상이 통사정 하는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며 "예전에는 소액이라 괜찮았지만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매상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류 제품을 취급하는 한 도매상은 고객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들고 와 결제를 요청하면서 집에 쌓인 상품권 금액만 1억여원이다. 이 도매상은 "시장에서 암암리에 통용되던 상품권 결제를 금지했지만, 고객들의 요청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납품업자들과 도매상 가운데서는 이른바 '유령' 사업자로 등록해 상품권을 직접 교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다 가맹점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상품권을 교환하는 '깡'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도매시장과 전통시장을 혼동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소비자가 상품권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며 "온누리상품권을 두고 고객과 도매상, 납품업자들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매출 손실에 허덕이는 미등록 업체들은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온누리상품권 구매 운동을 펼치면서 판매가 급증했지만, 회수율 부진으로 전통시장 외 상인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구에서 판매된 온누리상품권은 총 5,260억원, 회수는 5,325억원이다. 2019년 판매와 회수 각각 1,842억원, 2,331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경북에서도 지난해 1~11월 판매 2,830억원, 회수 1,800억원으로 2019년 판매 1,017억원, 회수 727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유통 규모는 서울에 이어 대구가 2위다. 전국적으로는 3조6,751억원이 판매 됐고, 이 가운데 3조515억원이 회수됐고, 6,000여억원 가까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12월 통계가 집계되면 총 판매액은 4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은 지난해 6월 신종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 시 온누리상품권을 비가맹점이나 전통시장 상점이 아니더라도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 개정안을 발의 했지만 아직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소위에 머물러 있다.

A씨는 "법안 처리만 기다리다 납품업자들과 도매상 모두 말라 죽을 지경"이라며 "일시적으로라도 상품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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