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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과 유튜브

시여세 칼럼

  • 입력 2021.01.05 00:00
  • 수정 2021.01.05 16:08
  • 기자명 김윤곤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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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맥베이는 2t이 넘는 질산암모늄과 니트로메탄, 경유 등 폭발 물질을 가득 실은 트럭을 미국 오클라호마시 연방 청사 주차장에 세우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기폭 장치에 의해 트럭은 폭발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168명이 숨졌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 폭탄 테러다.

사건 직후 미국의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아메리카 온라인(AOL) 게시판에 맥베이를 찬양하는 글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이 글에 붙어 함께 올라온 티셔츠 판매 광고에 엉뚱한 연락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전화번호의 주인 제란(Zerran)은 영문 모를 협박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AOL에 연락해 포스팅을 삭제했다. 하지만 같은 전화번호가 적힌 익명의 광고는 또 등장했다. 제란은 다시 AOL에 연락해 광고를 삭제하고 FBI에도 신고했지만 광고는 계속 올라왔다. 협박 전화는 더 극성이었다. 오클라호마시 라디오 방송국 KRXO가 이런 상황을 알리면서 AOL에 올라온 게시글을 읽자 협박 전화는 폭증했다. 제란의 집은 보호 감시를 받아야 했고 거의 2분마다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AOL은 단순 전달자'라는 이유

제란은 익명의 허위 공지가 악의적이고 사기였음에도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은 AOL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AOL이 허위 정보의 '단순 전달자'였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만일 허위 정보가 게시된 것을 '알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오히려 자기가 몰랐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인터넷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통심품위법 230조는 제3자 콘텐츠 전달에 관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의 법적 책임을 면제한다.

위의 내용들은 『가짜뉴스의 고고학』(최은창, 동아시아출판사, 2020)의 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포식자 거대 공룡' 포털은 천문학적 수익과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지만 책임은 비례하지 않는다. 온라인 뉴스 유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포털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를 선별·유통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포털은 기사 어뷰징이나 알고리즘 편향성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손쉽게 빠져나갔다.

 

유튜브 저널리즘 시대의 두려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유튜브 사용자는 67.8%. 카톡 71.6%에 이어 2위였다. 이런 추세라면 1년 안에 유튜브가 카톡을 추월할 전망이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또 하나의 공룡 유튜브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추천 알고리즘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주장·사고·이념의 양극화와 확증 편향’에 대한 우려다. 이를 부채질하는 것은 가짜 뉴스와 진실 왜곡이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의하면 언론 신뢰와 가장 밀접히 연관돼 있는 평가 기준은 보도의 정확성이었다. 정확하지 않은 보도는 부정적 인식과 갈등을 증폭시킨다.

유튜브가 모든 것을 삼키는 ‘유튜브 저널리즘’ 시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스피커’로 모든 입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신뢰도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기존 언론의 권력과 권위를 밀어낸 빈자리에 유튜브가 출렁인다. 돌아오는 길이 두 배로 먼 양극단으로 갈려 아주 멀어지는 시대로 가는 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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