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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영만 군위군수 법정구속, 경북경찰이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

  • 입력 2020.12.28 00:0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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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원 기자

 

김영만 군위군수의 선고 공판이 열리던 18일, 그의 지지자 중에는 저녁 파티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검찰의 12년 구형에도 “이번에도 빠져나올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군 단위 지역에서 군수는 ‘소통령’으로 통할 만큼 막강한 권한과 함께 친위세력을 거느리기 마련이다. 김 군수는 2014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당을 꺾었고 2017년에는 주민소환도 피해갔는가 하면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특유의 저돌성과 치밀한 전략으로 나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11월에 구속되었지만 통합신공항유치 문제를 붙들고 늘어져 보석 석방에 성공했다. 지지자들은 김 군수의 노련한 전략가로서의 면모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2016년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즈음 “김 군수는 옭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이 팽배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런 막강한 상대를, 그것도 직접 증거도 없이 유죄를 입증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산 넘어 산이었다. 1차 전은 절반의 승리였다. 김 군수의 측근과 뇌물수수에 관여한 공무원은 잡아들였으나, 뇌물 전달자였던 공무원의 허위 자백으로 군수 수사엔 실패했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출소한 공무원이 군수와 보상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즉각 재수사에 돌입했다. 내부 균열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경찰의 수사가 진가를 드러낸 것은 재판 과정에서였다. 혈연과 지연으로 얽히고설킨 지역사회의 특성상 사건 관련자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는 군수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자, 이를 전달한 공무원, 군수의 지시를 받아 범인을 도피시켜 가면서 범죄를 덮고자 했던 측근 중 어느 누구도 증언을 번복하지 못했다. 항간에 드림팀으로 통하던 변호인단의 예봉도 맥없이 꺾였다. 김 군수는 지역의 고위법관 출신으로 덕망이 높았던 A씨와 대형 로펌의 쟁쟁한 변호사를 선임해 10여 차례 이상 공판을 통해 법리와 증거다툼을 벌였으나 경찰의 수사과정이나 증거수집에 일체의 허점이나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과는 징역 7년에 법정구속. 김 군수 진영의 완패였다.

이번 일은 경찰과 검찰의 상호 협력, 존중의 모범 사례이자 경찰이 수사 주체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쏟아지는 칭찬에도 경북경찰청은 “수사 과정에 검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고, 공소유지를 잘해준 덕분에 유죄필벌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몸을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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