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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OS 2020’ 송년시 2제

  • 입력 2020.12.14 00:00
  • 기자명 김중용ㆍ김선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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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시영아파트와 도토리묵


동인 시영 아파트는 철거 중이다. 오랜 단풍나무 길을 따라 바람이 전 해주는 귀엣말 찰랑거린다. 주민 75%가 기초수급 대상자였다. 티끌은 산을 만든들 티끌이라 했건만….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마다 부서지는 햇살 조각들은 각양 각색이다. 네모, 세모, 육각형…. 단풍나무 속을 통과한 가을 빛은 가을 아래로 흩어진다.

대설 지나 아직 남은 동지에 벌써 팥죽 속 새알이 끓어 오른다. 동신교를 지나 자죽자죽 걸어 온 단풍나무 빛 곱기가 아직은 한창. 오늘도 쳐다보다가 얄궂다, 어찌 단풍나무에 도토리가 저리도 잘 영글었는지.

단풍나무 아래 도토리가 떨어지는 것은 단풍나무보다 도토리나무 키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 떠난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토리는 올해 더욱 풍년이다. 떠난 사람들이 이리 남겼을까. 바닥에 뒹구는 놈들 을 주어도 한됫박이다. 그 옆에 옆에 집, 시장으로 가져갔다. 껍데기 까서 곱게 갈아주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집으로 가져왔다. 삼베에 받치고 도토리 가루를 펼쳐 물을 부어 내렸 다. 잠시 지나 가라앉은 앙금을 솥에 넣어 불을 켜고 계속 저어주니 보글보글 끓는다. 묵이 완성이다. 참 차지기도 하다.

파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 도토릭묵 한 입을 베어문다. 쓰면서도 아 린 맛 남는 이 맛이 좋다. 떠난 사람 사람들 떠나고 없는 맛이다. 지난 한 해의 맛이다. 내년에도 도토리는 풍년일 것이다.
 

김중용 시민기자

 

 

우리 보낼 때는

우리

보낼 때는

미련 아닌 희망으로

보내 보게나

 

밤새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떠오르는 해참에 녹아 스르르 녹아

본디 없었던 듯 빈 자리 내어줄 때

이미 알아차렸지

삽상한 가을바람이 찬 겨울바람에

한 발 물러나주는 이유를


한껏 떨어진 기온에 진

입국 꽃대를 안타까워 말게나

다시 없이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사연은

쉬는 듯 잠시 땅에 묻게나

겨우내 발아래 묻어 두어야 깊고 시원한 맛 드는 무처럼

지쳐 쓰러져도 한숨 눈 붙이고 나면

다시 살아나는 그대 몸처럼

언 땅에서도

뿌리 얼지 않고

오는 봄 더 실할 꽃대, 더 환할 꽃송이가

우리의 희망이라 해도

좋지 않겠나

김선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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