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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온택트’는 아니다

시여세 칼럼 시민기자가 여는 세상

  • 입력 2020.12.14 00:00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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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사회 혁신을 연구하는 영국의 민간 두뇌집단 네스타(Nesta)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There will be no ‘back to normal’)”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였다면서 방정을 떠나….’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1월 20일) 지 10개월을 넘긴 지금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730만 명, 사망자는 137만 명에 이른다. 국내 일일 확진자는 연일 300명 대로 늘어 3차 재유행 조짐이다. 몇 달 만에 그 런 논문이 있었는지도 잊어버렸지만 그 내용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코19 못지않은 언론 상황

언론의 상황도 코로나19 못지 않게 심각하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극과 극의 언술이 동시에 펼쳐진다. 이 제 양쪽은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을 만큼 멀어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 적이 된 세상은 팬데믹보다 무섭다. 언론 의 책임이 가장 크다. 거짓과 조작을 가려내야 할 언론이 되레 그 한쪽에 가담해 뛰거나 이끌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토록 공중의 불신을 받은 적은 없다.

시민기자, 시민언론은 이러한 언론의 병폐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길은 멀고 넘어야 할 고비는 첩첩이 다.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단련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바닥부터 다진, 넓고 크고 예리한 기사로 차근차근 동의를 구해 가는 수밖에 없다. 먼길에 질러 갈 길은 없다.

바닥부터 다지는 마음으로 최근 코로나19 관련 언론의 신조어 사용이나 조어법을 지적하고자 한다. ‘언택 트’, ‘온택트’에 대해서다.

언론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써야 한다면, 합당한 우리 말이 없을 경우나 꼭 그 말을 써야 할 부득이한 경우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택트(un+cotact, noncontact의 축약형 조어)’는 ‘비대면’, ‘비접촉’으로 쓰 면 된다. 표현 상 모자라거나 어긋나는 점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언론이 이를 즐겨쓰면서 ‘비대면’, ‘비접촉’보 다 ‘언택트’의 사용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언택트’를 ‘비대면’이라고 하면 촌스럽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한글은 촌스런 언어가 아니다. 유네스코가 세계 기록 유산으로 인정한 뛰어난 언어 체계다. 쉽지만 과학적이다. 쉬우면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비대면’ 도 한자말이어서 우리말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2,000년 이상 한자문화권에서 살아온 역사를 잘 알면서도 하는 억지 소리다. 한자말은 우리말이다.

정반대의 뜻으로 읽히는 ‘온택트’

‘온택트(online+un-tact)’는 매우 이상한 신조어다. ‘온라인’에는 이미 ‘비대면’, ‘비접촉’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굳이 ‘온라인’과 ‘언택트’를 같이 쓸 이유가 없다. ‘온라인’이라고 하면 된다. 더구나 ‘on’은 전치사로 읽 힌다. 그래서 정반대로 ‘접촉에 관한’ ‘접촉하는’의 뜻으로 읽힌다. 이걸 ‘비대면’이라고 우기면 영어권 사람들 로부터 비웃음을 살지 모른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영어권 신문 어디에서도 ‘ontact’, ‘on-tack’은 검색되지 않는다.

우리 언론은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다듬고 지켜야 할 태생적 의무를 진다. 언중의 말과 글은 언론을 따라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윤곤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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