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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개 섬 따라 걷고 걸으면 닿는 벅차오름

신안 섬 여행 3박4일

  • 입력 2020.11.05 00:00
  • 수정 2020.12.02 13:34
  • 기자명 권영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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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길이 대부분 막혔다. 일상의 소중함과 주변 작은 것들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번 기회에 한 번도 나서지 못한 남해 섬 여행 일정을 짰다. 여동생과 남편이랑 셋이서 아프리카 여행 후 두 번째 여행이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간다는 것은 설렘과 긴장의 무한반복이다. 전남 신안 여행은 외국으로 떠나는 것과 다름없는 떨림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신안은 섬이 무려 1,004개. 그래서 신안을 천사섬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다 헤아려봤는지 어떤 이는 신안의 섬이 1,025개라고 한다. 아무튼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며 신안 여행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대구를 출발한 차는 남서로 남서로 부지런히 달려왔다.

천사의 다리는 길고 길다

신안군청 소재지인 압해도를 지나 천사섬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천사대교를 시원스레 달린다. 천사대교는 진짜 천사날개 모양이다. 어마어마하게 긴 다리다. 이렇게 긴 다리를 바다 위에 가설한 토목 기술과 공학이 자랑스러웠다. 인증샷을 남기고 또 달렸다.

긴긴 다리를 건너 암태도다. 본격적인 섬 드라이브 여행이다. 천사섬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기동삼거리 동백나무와 벽화 앞이다. 동백나무 두 그루가 집 지붕보다 키가 크다. 나무 바로 앞 담장 벽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큼지막하게 그리고는 파마한 머리 모양으로 꽃핀 동백나무를 그려 담장 너머 실제 동백나무와 이어지도록 했다.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벽화다. 다른 집들도 담장에 집 주인의 동백머리 벽화를 그려놓았다. 암태도 주민들의 활기찬 웃음 덕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압해도 송공리 천사섬분재공원. 1,000여 점의 분재와 꽃나무가 드넓은 공원에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과 추억을 선물하고 있었다. 산책로에는 갖가지 색상의 수국이 몽실몽실 예쁘기도 했다. 도초도 수국축제도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아쉬웠다.

다음은 암태도 ‘에로스서각박물관’. 폐교를 활용하여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서각촌,사랑촌, 명인론, 이색 성문화관 등이 이어져 있고 일부는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됐다. 글자와 여러 모양을 정교하게 나무에 새겼다.

날이 더 저물기 전 분계해수욕장으로 달려 몇 군데 자리한 텐트들 사이 전망 좋은 곳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고단했지만 즐거운 하루를 섬에 마감했다.

둔장해변 또 걷고 싶은 무한의 다리

자은도는 국내에서 열두번째로 큰 섬으로 여의도의 18배 면적. 해수욕장이 9개나있다. 우리가 머문 분계해수욕장은 ‘여인송’으로 불리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여름이면온통 북새통이었을 해변이 더없이 평화롭다. 해사랑길 조형물은 포토존. 자은도 해사랑길은 해넘이길, 간들속삭임길, 다은모래길, 그리운 마루길 등 4개의 트레킹 코스와 천도천색자전거길이 있다.

이윽고 ‘무한의 다리’. 자은도 둔장해변 앞을 가로지르는 인도교로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한다. 총길이 1,004m, 폭 2m. 길이와 모양에서 1,004개 섬의 무한한 발전의 의미와 상징을 담아 박은선의 조각과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설계로 지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길었지만 걷는 것이 지겹지 않은 멋진 다리였다. 바람세기로 유명한 둔장해변의 바람을 맞으며 꼭 한번 걸어보길 강추한다.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는 대파 밭이 이어졌다.

텅빈 해변승마공원을 독차지하다다음날 아침은 분계 해변을 산책하고 뒷산 정산을 올랐다. 여유로운 휴일이었다.

월요일인 3일째. 안좌도 퍼플교 여행에 나섰다. 퍼플교는 신안군 안좌면 박지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할머니의 소망이 담겨 있는 다리다. 반월도, 보라섬, 박지도, 암태도등을 잇는 길고 긴 다리를 왕복으로 걸었다. 걸을수록 신명나는 다리였다. 신안의 명물답게 인산인해였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입장 불가.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20분 거리의 임자도 튜울립축제장과 승마해변을 가기로 했다. 튤립과 해변 승마에 꽂혀 갑자기 잡은 코스였다. 마지막 배로 도착하니 벌써 어두웠다. 힘들게 텐트를 치고 밤 9시경 가로등 밑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 여행객은 달랑 우리 셋. 너무나 조용한 임자도해변승마공원과 신안튜울립공원을 독차지한 기분이었다. 백사장이 매우 길어 옛날부터 말타는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오래 전 영화 ‘애마부인’ 촬영지였단다. 바람은 시원하고 파라솔 아래 누워 바라보는 백사장과 파도까지 우리들만의 차지였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결국은 못타고 잠만 자고 왔지만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증도 태평염전, 소금 아이스크림, 천일염 힐링 캠프캬라반, 소금 박물관, 소금밭전망대…. 갈 곳은 많은데 시간이 허락지 않았다. 낙점한 곳은 증도 태평염전.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염전이다. ‘해초들’과 ‘생태천국길’도 둘러봤다. 태평염전의 생태천국길과 염생식물원은 유네스코 생물원 보존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염생식물원이다.

3일째. 비가 아주 많이 내렸다. 숙박을 예약한 캠핑카에서의 편안하게 마지막 밤을 보냈다. 우전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4km, 너비가 100m였다. 여린 비 내리는 바닷가 솔밭길을 남편과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시간들. 또 하나 그리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천혜의 자연’ 증도는 바다에 쌓은 보물

4일째 여행은 ‘느림의 미학’ 증도다.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보물섬 증도의 짱뚱어다리까지 많이 걸었다. 슬로시티 증도여행을 제대로 한 것 같다.증도와 화도를 이어주는 화도 노둣길이다. 누둣길이란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기전에 섬과 육지를 연결하기 위해 직접 돌을 쌓아 길을 만든 길이다. 사람들의 손으로 돌을 쌓아 만들어서 그리 높지 않다. 밀물 때가 오면 바다에 잠겨 다닐 수가 없다. 크고 작은 돌을 쌓아 바다를 건너는 다리를 이었다니 옛 섬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어린 땀과 정성이 절실히 느껴졌다. 대부분의 노둣길이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데 화도 노둣길은 섬과 섬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슬로시티센터를 관람하고 12사도 예배당을 가기 위해 소악도로 가는 송공선착장에 도착했지만 비바람이 너무 심해 배편들이 전면 운항 중지. 많이 아쉬웠다.

해외여행만 좋은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국내여행에도 좋은 곳이 많다는 것. 뭐니 해도 우리나라가 최고다. 계절마다 제철에 맞는 여행지가 즐비하다. 둘러보면 국내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때다. 국내 여행으로 힐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모두에게 깃들이길. 힘들지만 이만치면 괜찮은 것도 많지 않을까. 모두가 파이팅, 모든 삶이 다음 여행을 또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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