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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의 신풍속도

이하석 칼럼 ‘대구문화, 이쯤에서’

  • 입력 2020.11.25 00:00
  • 기자명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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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벽, 절차 밟기

정말, 많이 바뀌었다. 올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가공할 질병이 그렇게 만들었다. 몇 달 문을 닫았다가 대구문학관도 겨우 문을 열었지만, 입구에서부터 통과해야 하는 절차들이 까다로워졌다. 체온계 앞에 서야 하고, 그 다음 방문 리스트에 이름과 연락처를 쓴다. 하루에 몇 번이나 이를 반복한다.

서울의 한국문학관 이사회 참석에도 그런 절차들이 당연히 따른다. 대구서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릴 때까지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몇 번의 발열체크를 거친다. 수시로 손을 씻는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 모두 마스크를 썼다. 얼마 전 열린 영천의 백신애문학상 시상식에서도 그러해야 했다. 수상자는 시상식 때 잠깐 얼굴을 드러냈을 뿐 내내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쓴 채 사진도 찍었다.

이젠 커피숍에 들러도 체온계 앞에 섰다가 방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할 정도다. 대구문학관의 기획전시가 열리는 날 가장 세심하게 준비한 게 체온계와 방문객 명부였다. 그 흔했던 오프닝도 없었다. 지난 달 대구경북작가회의가 마련한 세미나는 ‘코로나-19 이후 생태적 삶과 문학을 말한다’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다. 세미나나 낭독공연도 최소 인원만 참석하여 띄엄띄엄 앉은 가운데 치르는데, 유튜브를 이용하여 외부인도 실시간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게 배려한다. 온라인 세미나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젊은 문인들의 변화

이제 문인들 역시 코로나-19가 이미 도입했거나 가속화시킨 작은 변화들 예컨대, 누가 간명하게 지적한 대로, ‘원격 진료, 원격 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악수의 죽음, 온라인 쇼핑, 현금의 가상 실종 등’의 변화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올 출판계의 키워드도 코로나가 차지할 정도가 됐다. 코로나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것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올 도서 출판 경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2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총 217종의 코로나 관련도서가 출간됐다. 전국의 문예지들도 가을 이후 매호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집으로 다루거나 관련 평문들이 꽤 나타난다. ‘질병, 백신, 문학사’라는 말들이 기획의 틀이 됐다. 연간지 ‘시애’는 ‘코로나 19, 나의 시, 나의 백신’이란 기획특집으로 시인들의 시를 싣기도 했다. 그 중 정일근 시인의 시 ‘호모 마스크 쿠스를 위하여’에서 “AD 2019년 말 마스크를 쓴 새로운 인류가 출현했다”는 구절이 눈길을 끈다.

최근 열린 한 문학제의 심포지엄은 ‘코로나 이후 문학의 사회적 실천’이 주제였는데, 그 가운데 특히 젊은 시인인 최백규의 ‘코로나 이후, 작가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최백규는 자신들의 세대가 아직 첫 개인시집도 계약을 못한 신인 작가들이어서, 문학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일이 지난함을 토로했다. 그래서 동인을 결성하고 SNS를 만들어,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진출, 여러 행사를 열어 독자들을 초대했다. 그러나 간간이 수입원이 되던 행사들이 코로나로 중지되면서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코로나 이후 개인화된 미디어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특히 젊은 예술인들일수록 그 속에 파묻히고 있다. 그걸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 새로운 소득이 생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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