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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기원' 팔공산 갓바위도 코로나 된서리...D-7일에도 한산

  • 입력 2020.11.26 00:00
  • 기자명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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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일주일 앞둔 26일 오전 8시쯤 경북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 앞 기도처에서 신자들이 부처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학부모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26일 오전 8시 경북 경산시 와촌면 관봉 석조여래좌상 앞. 속칭 갓바위로 불리는 부처상 앞에 10여명의 신자들이 이불과 담요, 모포 등을 뒤집어쓴 채 절을 하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새벽부터 빈 틈이 없을 정도로 수험생 학부모 수백 명이 치성을 드릴 때지만 올해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수험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 차원에서 학부모들이 스스로 외부 접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수험생인 늦둥이 동생을 위해 출근을 한 시간 미루고 갓바위를 찾은 남모(34·대구 북구)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동생이 학교와 학원을 제대로 가지 못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가족 모두가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있어 대표로 출근 전에 잠시 들렀다"고 말했다. 그도 감염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았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에 수능 기도처로 유명한 갓바위 부처가 코로나19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불상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 갓처럼 생긴 넓적한 돌이 올려진 보물 제431호 갓바위 부처는 수능철이면 새벽 4~5시부터 학부모들이 붐비는 명소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 300명선을 오가던 확진자가 26일 500명을 넘어서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대전에서 왔다는 한 부부는 "몇 년 전 첫째 딸이 수능을 볼 때 갓바위에 왔을 때는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는데, 오늘 모습은 낯설다"며 "갓바위 부처님도 코로나19의 광풍을 피해 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갓바위 아래 공양간도 운영을 중단하지 오래다. 갓바위 측은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중 공양을 중단했다.

수능을 앞두고 선본사 갓바위 관계자들이 관봉 앞 불단을 새로 정리하고 통행로 주변을 노란꽃 화분으로 장식하는데 여념이 없었지만 수능을 앞두고 방문객이 크게 증가할 낌새는 없다.

갓바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능철이 되면 갓바위 앞에 학부모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꿇어 앉아 치성을 드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난데다 최근 재확산되는 형세여서 학부모들이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와 경북 경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갓바위 방문객은 221만 6,000여명이지만 올해는 11월 현재 100만명을 겨우 넘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절반도 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선본사 갓바위종무소 관계자는 "갓바위를 찾는 신자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지침을 엄격히 지키고 있지만 자녀들의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몸조심하고 있다"며 "수능 당일에는 낮에 많이 다녀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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