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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와 우울

이하석 칼럼 ‘대구문화, 이쯤에서’

  • 입력 2020.10.24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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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고통이 점점 더 커지는 듯하다. 지난달 한 국회의원이 건 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고의적 자해’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우울증 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고의적 자해와 우울증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지난 1~6월 대구에서 접수된 고의적 자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 을 때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울증 진료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가 격리 등으로 심리적 불안감과 고립감이 커지는 게 원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다시 2단계로 완화되어가고는 있지만, 이러한 고통 들이 뒤엉켜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를 특수한 경우라고 보기보다는 현재 겪고 있는 재난의 중대성에 비추어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과 치 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침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방역청으로 승격, 보다 효율적으로 이에 맞서려 하고 있다. 차제에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등의 기구를 통해 우울 방지를 위한 심리 지원 방안, 재난 심리 상담 기준 등을 논 의할 때가 됐다. 

-‘그래도 버티자’

 그렇다. 코로나 시대의 고투 8개월째다. 몇 차례의 파고가 일었다. 정부는 방역 중 심으로 재편되어 대대적인 방어에 나섰지만, 내내 힘든 싸움이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3월과 4월 1차로 우리 사회 곳곳이 문을 닫는 고삐죄기에 들어갔다. 얼 마 후 이 상황이 겨우 해제되어가는 듯해서 고삐를 풀었지만, 다시 8월 들어 2차로 죄는 일이 계속됐다. 9월 들어서야 어느 정도 진정 기미를 보여 다시 풀고 있다. 학교와 공공건물, 그리고 일반 기업들과 점포들도 이에 따라야 했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대구문학관도 두 차례의 휴관에 이어 다시, 겨우, 문을 열었다. 관람 인원 제한과 출 입에 따르는 까다로운 제약들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에서였다. 지난 15일 그동안 미루 어왔던, 작가콜로퀴엄과 공동으로 기획한 인문예술과학 특강이 개강됐지만 마찬가지 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강좌는 매번 청중들로 꽉꽉 채워졌다. 이번에도 많은 이 들이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었다. 선착순 지원한 20명 한도 안에 서 수용하되, 앉은 자리도 2m 거리두기가 철저히 지켜졌다. 그것도 입구에서부터 발 열 체크를 하고,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한 다음 들어가서였다. 물론 들어올 수 없는 청 중들을 위해 유튜브 방송 생중계를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배려했다. 어쨌든 첫 행사는 무사히 치렀다. 주제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전염병의 역사’여서 그런지, 청중들의 관심도는 높았다.

 문학관뿐만 아니다. 대구 지역, 아니 전국의 문화 예술 행사들이 이런 식으로 ‘연명’ 되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나 길고 긴 기간을 이도저도 못한 채 한숨만 쉬며, 서로 거리 두기로 떨어져 앉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제반 조건 내에서 안간힘하며, 공연이나 연주회 등이 대면과 비대면의 방식을 더듬어가며, 겨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버티자, 지치는 것은 지는 거다”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이런 사태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암울한 시대를 거치면서, 이제 우리는 사회의 질을 생각하면서, 문화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위기에 대처 할 수 있는 ‘탄력적 전환능력’과 사회적 연대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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