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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 온돌난방에 숨겨진 비밀

한의사 이승렬의 생활동의보감

  • 입력 2020.10.24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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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우리 몸에서 면역력의 뿌리 역할을 하는 장(腸)은 특이하게 뇌(腦)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부학에서도 뇌와 장은 척수신경 외에도 미주신경이라는 자율신경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스로 알아서 돌아가는 신경’이라는 의미의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 는 형태로 우리 몸을 조절한다. 이런 조절기능이 망가지면 이른바 ‘자율신경실조증’이 되 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하복부와 두뇌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일찌감치 파악하여 ‘ 수승화강(水昇火降)’이란 치료이론을 정립했다.

즉, 머리는 시원하게, 아랫배나 손발은 따뜻하게 해야 인체의 상하(上下)기운이 소통하 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한때 일본에서 반신욕이 전래되어 우리나라에서 큰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동의보감에서 그 원리를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일 본은 노천온천이 많아 겨울철에도 머리는 시원하게 밖으로 내놓고 배는 따뜻하게 온천물 에 담글 수 있어 반신욕에 적합한 환경이다. 이런 반신욕의 원리, 족욕이나 각탕법의 원리 도 바로 이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치료이론에서 나온 것이다. 

한의학은 전통 한옥의 난방에서 온돌과 문지방 그리고 창호지라는 형태로 잘 구현되어 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청국장을 발효시켜 가족이 즐겨 먹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음식문화도 변했지만 바닥을 데우는 우리민족의 온돌 난방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울철 난방에도 한의학의 지혜를 활용됐다. 인체의 상반신은 양(陽)이고 하반신은 음 (陰)이다. 사람의 오장(五臟)도 우주의 음양법칙에 따라 심(心)·폐(肺)는 양이다. 인체의 상부에, 간(肝)·신(腎)은 음이므로 하부에 위치한다. 또 비(脾)는 중앙토(中央土)로서 가운데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는 소우주로서 우주자연의 생성과 운행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과 양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당기는 성질이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열이 많은 머리는 시원하게, 차가워지기 쉬운 발은 따뜻하게 하라 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을 강조한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올라가고 시원한 기운이 내려 와야 인체 기혈이 잘 소통하여 건강한 상태가 된다.

그럼 앞뒤는 과연 어떨까? 한의학에서는 사람 몸통의 앞부위인 배는 음(陰)이고 뒷부위 인 등은 하늘의 기운을 받으므로 양(陽)이다. 특이한 것은 등은 양(陽)의 부위임에도 겨울 에 뜨겁게 지져줘야 건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인체의 등부분에 12경락중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방 광경은 인체를 외부로부터 방어하는 ‘위기(衛氣)’를 주관하는 경락으로 강해야 병에 잘 안 걸리고 튼튼하다.

반대로 방광경의 기가 약하면 비실비실하고 약골이 되기 쉬운데, 방광경은 그 성질이 태양한수(太陽寒水)라 하여 차갑기 때문에 아래쪽부터 뜨겁게 데워줘야 경락의 기운이 강해진다.

전통 한옥 온돌의 바닥난방은 누우면 등을 뜨끈뜨끈하게 데워 방광경의 기운을 튼튼하 게 해준다. 또 얼굴 높이에 맞춘 방문턱, 즉 문지방을 넘어 코끝으로 스치는 바깥의 한기( 寒氣)가 이마와 얼굴을 시원하게 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창문의 한지, 즉 창호지는 겨울철 방안의 습도를 유지해준다. 알고 보면 이런 면역력을 높여주는 한의학의 원리가 잘 구현 되어 있는 것이 전통 한옥 온돌난방에 숨겨진 조상들의 지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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