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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1년 뒤 고발…영덕군 비리 복지재단 봐주기 논란

  • 입력 2020.11.19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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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의 한 사회복지재단 직원이 지난 9일 영덕군청 현관에서 군의 감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북시민인권연대회의 제공

 

경북 영덕에서 요양시설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에서 보조금 횡령과 회계 부정, 노인학대(19일자 13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관리·감독기관인 영덕군이 솜방망이 처벌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은 재단의 불·탈법 행위 때마다 엄중 처벌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인권단체는 물론 재단 직원도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영덕 A사회복지재단 직원 K씨는 지난 9일부터 열흘 넘게 영덕군청과 강구터미널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복지재단에서 십 수년 째 보조금 횡령과 노인학대가 반복되자 '영덕군의 감독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K씨는 "영덕군은 보건복지부와 경북도가 재단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면 마지 못해 조치에 나섰다"며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돌보는 복지시설 종사자 입장에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재단은 2018년 10월 경북도 감사에서 정부 보조금을 횡령해 부과된 과징금 2억2,000만원을 요양시설 운영비로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운영비는 치매노인을 돌보는데 써야 할 돈이다.

하지만 영덕군은 경북도로부터 적발 내용을 통보 받고도 1년이 지난 올 1월에야 재단 이사장 B씨를 영덕경찰서에 고발했다. 군이 지난 1년간 한 조치는 재단에 운영비를 다시 채워 넣도록 계고장만 세 차례 보낸 것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재단 이사장이 감사 결과가 억울하다며 경북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바로 고발하지 않았다"며 "일부러 봐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단 산하 요양시설에서 두 차례나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군이 가해자인 요양보호사만 처벌하고 시설장이자 이사장인 B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요양시설에서 노인학대가 일어나면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양벌규정으로 가해자 처벌과 동시에 시설장을 교체하거나 시설폐쇄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영덕군은 또 올 초 A재단에서 B 이사장이 자신의 근무시간을 조작하고 정부에서 급여 일부를 지원받는 요양보호사를 사무원으로 일하게 해 1,600만원의 보조금을 타낸 사실을 복지부 감사를 통해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영덕군 관계자는 "노인학대가 일어났을 때 사회복지사업법과 장기요양보험법을 동시 적용해선 안 된다는 감사원 감사보고서 등이 있어 적용하지 못했을 뿐, 업무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했다"며 "재단에서 문제가 된 보조금 1,600만원을 곧 바로 반납해 다른 조치 없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또 "재단 내 직원과 이사장의 내부 갈등으로 고소 고발과 진정,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의 계속된 다툼으로 다른 행정처리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단체인 경북시민인권연대회의 관계자는 "재단 이사진 상당수가 관변단체 대표 등을 맡고 있는 영덕지역 유지들이어서 감독기관인 영덕군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나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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