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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박물관' 경주 고분 위 주차 "언덕으로 알았다" 황당 해명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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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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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족샘지구 79호 고분 정상에 걸터 앉아 있는 SUV. 페이스북 캠처

 

경북 경주의 고분 위에 SUV 차량을 정차한 20대 운전자가 "작은 언덕으로 알았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 시민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경주의 대표적 유적인 쪽샘지구에는 SUV 차량이 올라간 높이 10m, 경사 25도 가량의 고분이 무리를 지어 고분군을 형성하고 있어 변명치고는 옹색하다는 지적이다.

경주시는 19일 경주 고분 위에 정차한 20대 남성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남성은 지난 15일 친구 2명과 함께 쪽샘지구 79호분 위에 자신의 SUV 차량을 정차했다 사진 속 차량번호 조회 등을 통해 인적사항을 파악한 경주시의 조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조사에서 "경주 관광 중 작은 언덕이 보여 차량을 몰고 올라갔다. 고분인 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운전자가 오른 고분은 인근 고분 중에서도 가장 높이가 낮고 경사가 완만한 것으로, 고분 경사면에서 정상까지 차량 바퀴 흔적이 나 있는 것이 확인됐다.

경주시의 느슨한 문화재 관리 체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노천 박물관'인 경주의 문화재와 고분군 일대가 스키나 스노우보드, 골프 연습장으로 둔갑하는데도 땜질처방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19일 둘러본 쪽샘지구는 주변정비공사로 공사용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고분 주변에는 울타리는커녕 안내판 조차 없었다. 동부사적지와 인접한 이곳에는 공터에 임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고분군과 경계가 없어 공휴일이면 관광객들의 차량이 고분군 안쪽까지 침범하기 일쑤다.

이곳 울타리도 쪽샘지구 주변정비공사로 인한 설치한 것일뿐 고분들을 보호하는 펜스와 안내판은 찾아볼수 없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천년고도 경주에 산불감시원은 해마다 충원되는데도 문화재 관리요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근 황남동 주민 김철만(50) 씨는 "옛날에도 황남동 고분에서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목격했고, 최근에도 골프 연습을 하는 이들이 종종 보이지만 이를 방치하다보니 차량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주에서는 2017년 8월 술 취한 여대생 3명이 국보 31호인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은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처벌받기도 했다.

경주의 문화재 전문가는 "고분군의 신라 왕족과 귀족들이 과거에는 도굴로 수난을 입다 이제는 몰지각한 후손에 의해 잠 못 들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고분에 올라가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문화제보호법 101조에 의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미만의 벌금에 처할수 있지만 아직까지 경주에서 이에 따른 처벌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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