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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포용금융으로 교황 축복장 받은 건 1,300만 조합원·이용자 대한 큰 찬사죠"

  • 입력 2020.11.19 00:00
  • 기자명 심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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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자리한 신협중앙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협중앙회 제공

 

취임 3년 동안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펼치며 선명성 제고에 성공한 김윤식(사진) 신협중앙회장이 최근 로마 가톨릭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장을 받아 화제다. 교황 축복장은 교황이 수상자의 그간 공로와 함께 자신의 격려 메시지를 담아 축복하는 가톨릭 증표다.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는 김 회장이 2018년 취임 직후 고령화, 저출산, 고용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빼든 ‘7가지 금융카드’를 말한다. 일본이 쥐락펴락하는 고금리 대출상품에 맞서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815 해방대출’이 그 한 가지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지난해 출시한 이 상품은 올 10월말 현재 32,306건에 2,810억 원의 이용실적을 냈다.

교황은 왜 하필 많고 많은 금융기관 중 신협을 꼭 집어 축복장을 전했을까. 전국 881개 신협을 바로 알려면 2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자리한 신협중앙회 로비 가장자리엔 한 명의 수녀와 한 명의 신부 흉상이 서 있다. 김 회장은 물론 중앙회 임직원 663명은 출퇴근 때마다 이들을 마주한다. 왼쪽에 선 이는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고 오른쪽에 선 이는 장대익 루도비꼬 신부다.

가브리엘라 수녀 흉상엔 “여기 이 분은 ‘한국신협운동의 어머니’이시다”고 새겨져 있고, 장대익 신부 흉상엔 “여기 이 분은 ‘한국신협운동의 아버지’이시다”고 새겨져 있다. 그러니까 신협은 태생적으로 가톨릭정신이 배어 있다.

대전 유성구 덕명동에 최근 신축해 문을 연 신협중앙연수원에 들어서면 ‘스스로 더불어 앞으로’ 아홉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가장 먼저 반긴다. 남에게 의지 않는 스스로성(性)과 편파가 아닌 ‘다 같이’의 더불어성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선을 지향하는 앞으로성이 신협 정신을 대변한다. 김 회장은 “신축 신협중앙연수원은 그 생긴 꼴로써 상생과 나눔이란 신협 고유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신협은 알고 보면 유별나게 독특한 조직이다. 금융기관이면서 서민협동조합이고, 세계신협과 대별되는 한국신협이다. 앞에 것을 두고 김 회장은 “신협은 금융과 협동조합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금융협동조합”이라며 “우리 신협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7대 포용금융은 이 두 개의 바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며 신협만이 펼칠 수 있는 금융정책이다”고 말했다. 뒤에 것을 두고는 “자산 106조원에, 이용자 1,300만 명으로 규모로는 아시아 1위, 세계 4위의 위상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금융을 대표하는 것이 한국신협”이라고 소개했다.

신협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아큐)의 회장국이고, 세계신협협의회(WOCCU·워큐)의 아시아 유일 이사국이다. 한국신협을 대표하는 김 회장은 아큐의 회장이고, 워큐의 이사인 것이다.

김 회장의 이력도 이채롭다. 대학에선 재활의학을 전공했다. 군 제대 후 어머니 병시중을 6년간 들다 서예에 빠져들었다. 10년 수련 끝에 39세에 국전 초대작가에 올랐다. 이번엔 아버지가 운영하던 대구효성청과를 이어받았다. 업계 유일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건축사업으로, 호텔사업으로 확장했다. 하는 일마다 탄탄대로였다. 그는 대구 수성구에 서실 무민재(수성동아백화점 맞은편 11층)와 아리아나호텔을 운영 중이다.

이런 그가 신협과 인연을 맺은 건 외환위기 때였다.

“1997년 환란 위기가 터지면서 경영 위기의 여파로 전국 2,000개 신협 중 1,000여 개가 도산했습니다. 후배가 신협 이사직을 제안했죠. 이 자리가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 아무도 가려 하지 않습니다. 후배의 읍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조합에 가봤더니 규모가 영세해 직원들 월급 줄 돈도 못 벌고 있더라고요. 여신 활동만으론 조합 운영할 돈을 벌 수 없어서 내가 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각서를 써 줘가며 출자금을 늘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신협과의 인연은 2005년에 조합 이사장에 이어 대구지역협의회장, 중앙회 이사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닥부터 내실을 다져온 그는 2017년 신협중앙회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듬해 3월 5일 제32대 신협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그는 “살아온 이력을 살펴 신협 경영도 잘 할 자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장 취임 직후 중앙회 직원들에게 ‘취(醉)’라고 쓴 붓글씨를 나눠줬다. 신화는 창조되는 것이며 열정만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미친 듯이 일해보자는 의미였다. 그 이듬해에는 ‘변(變)’자를 써서 나눠줬다. 이제는 몰입해서 변화해야 할 때란 의미였다. 신협 60돌인 올해는 ‘새로운 신협, 미래 100년’을 향한 담대한 도전에 나서자고 주문했다. 복병 코로나19 감염병은 디지털금융시대를 일시에 확 끌어당겼다.

김 회장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몰입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성공은 저절로 다가오게 된다”며 “누구나 3일 동안 몰두하면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자신했다.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는 김 회장의 고민과 열정이 묵직하게 섞여 탄생한 것이다. 7가지 상품과 활동 저변에는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신협의 신념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녀가구 주거안정대출’이다. 상품출시 원년엔 3자녀를 둔 연 7,000만 원 이하의 소득자에게 연 2.4%에 30년 상환조건으로 최고 3억 원까지 대출해 줬다. 현재는 2자녀(둘째 이하 자녀가 201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경우)까지 혜택 문턱을 낮췄다.

그런가 하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자영업자와 전문가 간 1:1 컨설팅을 이어주고(어부바플랜), 희미해지는 전통문화를 되살려 그 동력으로 지역경제까지 살리고(지역특화사업), 갑작스러운 공장 폐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진 지역민에게 무이자로 생계비를 지원하고(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치매노인과 아이를 보호하는 GPS 기반 위치알리미(어부바위치알리미)를 무상 제공하는 서비스는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 회장은 7대 포용금융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간애를 몸소 보여준 공로로 10월 23일 1,300만 신협인을 대표해 프란치스코 교황 축복장을 받았다. 축복장은 천주교 대전교구청 백현 바오로 신부(대전가톨릭평화방송 사장)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수상식은 신협 60주년을 기념해 신협발상지 부산에서 진행됐다. 천주교 부산교구청 손삼석 요셉 주교가 교황을 대신해 수여했다.

신협은 1960년 5월 1일 부산 메리놀 수녀회병원에 처음 문을 열었다. 가브리엘라 수녀의 지도로 27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성가신협이 최초의 신협이다. 메리놀병원 직원과 성분도병원, 가톨릭구제회 직원 등이 내놓은 3천400환(현 시세 10만원)이 출자금이었다.

가브리엘라 수녀가 이끈 성가신협은 미국 신협과 동일한 월 1%의 대부이자를 내세워 “1인이 아닌 모두가 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표방했다. 사채금리가 월 10%를 넘어서던 엄혹한 시절에 성가신협은 서민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신협운동의 메카였던 캐나다 성 프란시스 세비어 대학에서 협동조합운동을 배워온 장대익 신부는 1960년 6월 26일 서울에 두 번째 신협인 가톨릭중앙신협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교황 축복장은 개인의 영예가 아닌 초창기 신협 선구자들의 희생과 사랑, 1,300만 조합원과 이용자들의 참여, 18,000여 임직원들의 헌신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큰 찬사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하되, 계속해서 확실히 하라’는 장 신부의 유지와 ‘이념과 철학이 확립되지 않은 신협운동은 진정한 신협운동이 아니다’는 가브리엘라 수녀의 가르침을 가슴에 담아 새로운 100년을 준비 중이다. 그의 신협 사랑이 지극해 저 대서양 건너 바티칸 교황청까지 가닿은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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