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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들인 새 병동 반년째 '텅텅'… 칠곡경북대병원 무슨 일이?

  • 입력 2020.11.19 00:00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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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왼쪽 뒤 높은 건물). 지난 4월 완공했으나 병상 인가를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10여년만에 3,000억원짜리 새 병동을 완공하고도 반년 넘게 놀리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핵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등 수백 억 규모의 최신 의료장비 등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 얘기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병상 인가권을 쥔 보건복지가 부정적이어서 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지난 4월쯤 700병상 규모의 임상실습병동을 완공했다. 옥상층을 포함 지하 5층 지상 15층 건축연면적 9만2,400㎡의 매머드급이다. 기존 635병상을 더하면 1,335병상으로 한강이남 최대다. 하지만 병상인가가 나지 않아 미루다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은 지난 10월에 받았다. 지난해 봄 이전 개원한 계명대 동산병원 인가병상은 1,012, 삼덕동 경북대병원은 912병상이다.

그 동안 투입한 사업비만 3,000억원에 육박한다. 건축비가 국비 35% 등 2,300억원, 의료장비 등이 490억원 등이다. 앞으로도 일부 추가 투자가 뒤따를 전망이다.

새 병동은 칠곡경북대병원이 개원한 2011년 1월 이전부터 시작됐다. 2010년 3월 사업승인을 받았고, 사업비 문화재 등의 돌발사태로 당초계획보다 5년이 지난 지난 4월 완공했다. 경북대병원의 교육ㆍ연구 및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경북 지역 의료수요에 대처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병상 인가 불허로 문을 열지 못해 엄청난 기회비용을 날리고 있다.

병원 측은 1차 200병상 등 3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완전가동키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의료진 채용 등을 준비했지만 병상인가를 받지 못해 후속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여항목 비급여(본인부담금) 비율이 축소됨에 따라 대형병원 쏠림과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우려되자 4, 5년 전부터 상급종합병원 병상 신ㆍ증설 사전협의제, 상급종합병원 병상총량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인 칠곡경북대병원도 병동을 다 지어 놓고도 운영을 위해선 보건복지부 인가가 필수적이다.

병원 측은 사전협의제나 총량제 시행 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만큼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또 칠곡경북대 병원 설립 당시 삼덕동 병원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을 이행해야 새 병동 병상을 인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대병원은 양산부산대병원이 2008년 개원하게 되자 2005년쯤 부랴부랴 칠곡경북대병원 설립에 나섰다. 의료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900병상 내외의 삼덕동 본원을 400병상으로 줄이겠다며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칠곡경북대병원 설립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는 입장이지만 역부족이다. 삼덕동 경북대병원엔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환자 등을 위한 권역심뇌혈관센터,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환자에게 응급수술 등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권역외상센터, 지역 응급환자를 위한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 등 굵직한 의료센터만 3개나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지난해 봄 성서로 이전한 마당에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선 400병상으론 어림도 없다는 주장이다.

지역 대학가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경북대와 병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부산대병원에 양산에 대형 병원을 설립하게 되자 장기적인 마스트플랜도 없이 새 병원을 추진하는 바람에 생긴 사달”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칠곡경북대병원은 지금까지 일종의 무허가건물로 남아 있다. 건축허가 조건인 병원 앞 도로에 대한 기부채납 문제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정식 사용승인(준공검사) 대신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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