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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함께 어우러져 신나게 봄을 깨웠죠”

THEME SPECIAL ‘봄이 이만큼’ - 풍물패 버둘림

  • 입력 2015.04.02 00:00
  • 수정 2015.04.03 10:53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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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구정부터 대보름까지 한 달 내내 지신밟기를 했죠.”

예전에는 그랬다. 설날이 지나면 마을마다 풍물패를 만들어서 집집을 돌면서 액운을 쫓고 봄을 깨웠다. 도시화가 진행된 후에도 지신밟기는 가장 흥겨운 연례행사였다. 대구에서 25년째 활동하고 있는 풍물패 ‘버둘림’의 조일목(52) 패장은 “국악 인구가 많은 호남 지역에서는 주말이면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지신밟기를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신밟기는 우리 민족 특유의 공연 방식인 마당놀이의 전형이었다. 마당을 돌면서 공연을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공연에 참여했다. 예전에는 으레 집집마다 징이며 장구, 꽹과리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어서 봄이 되면 누구든 악기를 들고 나와 공연자의 일원이 되었다.
 
형식도 자유롭다. 원래 풍물은 악보가 따로 없다. 일정한 형식은 있지만 처음과 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흥이 이끄는 대로 기승전결과 공연 시간이 결정된다. 흥이 얼마나 달아오르느냐에 따라 내용이 정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즉흥과 신바람의 음악이다. 자유로운 만큼 저마다 개성도 강하다. 언뜻 비슷하게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마을과 ‘패’마다 개성이 도드라진다. 조 패장은 “채 쥐는 법부터 달랐다”면서 “다양한 이름의 풍물패가 자신만의 컬러로 공연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풍물의 매력이 완성된다.
 
“함께하기 때문에 즐겁고, 다르기 때문에 재밌고, 풍물의 매력이 바로 그런 거죠. 지신밟기는 개성과 공동체성이 어우러지는 행사인 셈입니다. 이보다 더 신나는 봄맞이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풍물 소리가 뜸해졌다. 우선 애호층이 줄었다. 어르신들은 봄맞이 행사로 받아들이는 반면 30대 밑으로는 시끄러운 소동쯤으로 인식한다. 길어진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여기 저기 초청을 받아 지신밟기를 다니느라 봄철 내내 눈 코 뜰 새가 없었지만 요즘은 공연 신청이 거의 없다. 얼마간의 초청비를 대기도 버거워진 까닭이다.
 
그래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는다. 4월에 ‘대구 풍물굿 한마당’이 열리는 까닭이다. 거의 매일 연습실에 모여서 ‘화들짝 봄 깨우기’ 연습을 한다. 길거리 공연은 뜸해졌지만 지신(地神)을 깨우는 풍물은 오늘도 힘차게 울리고 있다.
 
<미니 인터뷰>
 
- 강경희(53) 상장구(장구 우두머리)
지신밟기를 나가서 공연을 하면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 공연을 해주는 그 집이 잘 되길 빌어주는 것이 지신밟기다. 한
해 안녕하길 빌어주고 나면 기쁨이나 보람이 크다. 경기가 안 좋아서 지신밟기 공연을 활발하게 못하는 것이 아쉽다. 지역
민들 살림살이가 더 나아져서 활기찬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 정현주(44) 상쇠(연주자 중 우두머리)
풍물을 시작한지 25년 정도 됐다. 하면 할수록 좋다. 젊은 층에서 우리 음악을 멀리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풍물은 다
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면 소리가 훨씬 더 좋다. 우리 패에도 20~30대가 있지만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손자ㆍ손녀들과 함께 풍물을 연주하는 것이 꿈이다.
 
- 김상희(39) 부쇠(상쇠 다음의 두 번째 꽹과리 주자)
풍물은 상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서양 음악처럼 한 사람에게 ‘권력’이 쏠리는 음악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이 된
다. 공연을 시작해 한 바탕 놀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아쉬운 것, 원망 따위가 말끔히 씻기는 느낌이다. 더 열심히 활동해서 우리 음악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

사진제공 '버둘림' 신태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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