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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이라지만 성격은 터미네이터”

신미현 보석감정사

  • 입력 2019.09.07 00:00
  • 수정 2020.11.17 13:33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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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플랜B를 생각하지 않아요. 눈앞에 있는 목표만 보고 매진합니다.”

외국계 보석판매회사에 근무하는 신미현(28)씨는 주변에서 ‘원더우먼’으로 통한다. 갤 가돗 못잖은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똑 부러지는 결과를 내는 까닭이다. 지난 2월에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장을 찾았다가 3달 만에 10kg을 감량 해버렸다. 매일 하루 4시간씩 운동에 매진한 결과였다. 신씨를 유심히 지켜보던 트레이너가 “피트니스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7월27일 열린 머슬마니아 in 부산에 첫 도전을 했고, 8월3일에 열린 펄스에잇 핏 콘테스트에서 2등을 차지했다. 신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피트니스 선수가 된 것 같아 얼떨떨하다”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매달리는 성격이 가져온 성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달리기하다가 코피가 터진 허약체질

취미로 시작했다가 ‘선수’의 반열에 올라선 건 피트니스뿐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는 수영을 했다. 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바람에 샤워할 곳을 찾다가 수영장을 떠올린 거였다. 여섯 달 동안 자유형, 배형, 평형, 접형은 물론 다이빙까지 배웠다. 그러자 수영강사가 이런 제의를 했다.

“자네, 수영으로 종목을 전환해보겠나?”

강사는 신씨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선수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운동 선수라니, 세상에! 어릴 때는 체력이 정말 안 좋았어요. 초등학교 운동회 때 100미터 달리기를 하다가 코피가 난 적도 있어요.”

워낙 입이 짧았던 때문이었다. 유치원 때는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면 밥상 앞에 앉아서 울었다.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러워졌던 것이었다.

특유의 끈기와 집중력은 운동뿐 아니라 대학진학에도 도움이 됐다. 미술학원에 3개월 다니고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학원에 등록하러 갔던 날 원장이 “보통 1~2년씩 학원을 다니는데 3달만에 할 수 있겠니?”하면서 등록을 말렸다. 플랜B를 생각하지 않는 집중력 덕에 3달 만으로 원하던 성과를 얻었다. 

아르바이트하는 매장 매출 10배 신장

신씨가 ‘원더우먼’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다. 근무하던 매장의 매출이 보통 10배 가까이 올랐다. 하루 최고 매출이 1,500만원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은 으레 저가의 제품을 판매하기 마련이지만, 신씨는 남달랐다. 비결은 전문지식이었다. 보통 4학년이나 되어서야 취득하는 자격증인 국가공인 보석감정사(AGK), 미국주얼리가치평가사(MV), 주얼리마스터, 주얼리딜러 2급 등을 2학년을 마치기 전에 따냈다.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선 보석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전문용어는 물론이고 지식에도 거침이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가 매출로 연결됩니다.”

똑 부러지는 성격 덕에 대학을 졸업할 즈음 교수가 대학원을 권했다. 보통 신씨가 종사하는 업계에서 석사학위 취득률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죽기 살기로 매달렸어요. 논문을 쓸 때는 3달 동안 거의 매일 밥 먹고 곧장 24시 카페에 갔어요. 출퇴근에 논문에, 세상에서 제일 가지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잠’이라고 했어요. 행군 훈련을 받는 군인처럼 근무하다가 서서 잠든 적도 있었어요.”

다음 고비는 개인전이었다. 석사학위에 필수 코스였다. 이번에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작품활동에 뛰어들었다. 새벽에 학교 작업실로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다가 방학 때는 아예 학교에 텐트를 가져갔다. 캠핑하듯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6년 8월에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을 좋아해요. 말 그대로 즐겼죠. 그랬더니 결과도 좋았어요.”

신씨의 다음 목표는 9월21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9 하반기 머슬마니아 대회다.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쟁쟁한 실력자들도 많을 테지만 두렵지 않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열심히만 하면 적어도 실망스런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요. 그 간단한 확신이 무슨 일에든 만사를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놀라운 끈기와 노력으로 승부하는 원더우먼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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