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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회 첫 3연패 우승․신기록 쏟아졌죠”

지승현 안동중 축구부 감독

  • 입력 2019.09.06 00:00
  • 수정 2020.11.17 13:27
  • 기자명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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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축구인생,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경북 안동중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행보를 이어가며 축구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안동중 축구부는 지난 27일 막을 내린 제55회 추계 한국중등(U-15)축구연맹전에서 2학년과 3학년 선수들 연이어 우승하며 대회 역사를 새로 썼다. U-15연맹전 역사상 한 학교에서 2학년과 3학년이 줄지어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안동중 2학년 선수들은 지난 2017년부터 3연속 우승하며 강팀을 각인했다. 특히 3학년 선수들은 휘슬이 울리기 10여초 전에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은 뒤 연장전에서 내리 3골을 꽂아 넣는 기염을 토했다. U-15연맹전은 전국 중등 축구선수들이 참가해 같은 학년별 각 6개 그룹씩 묶어 경기를 치르는 최대 국내 최대 규모 대회다.

지승현(46) 안동중 축구부 감독은 “신체 조건보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3학년 선수 14명 등 총 46명으로 구성된 안동중 축구부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70cm가 되지 않는다.

프로무대까지 경험했던 지 감독이 안동중에 부임한 것은 2009년 2월. 그는 정신력 강화를 최우선 육성방향으로 삼았다. 선수 46명 가운데 안동 출신은 4명뿐, 나머지 선수들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안동중을 찾아온 것이었다. 예전과 달리 교복입고 등교, 학교 수업까지 착실하게 다 마친 뒤 연습이 시작된다. 주말은 집에 가기 바쁘다. PC방에 가거나 군것질을 하는 등 또래들과 어울릴 시간도 필요하다. 정신력 강조는 개인생활과 단체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인 점을 고려한 지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실전과 이론 등 훈련 외에 생활 패턴과 습관도 중요하다”며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정리 정돈을 주문, 공동체 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도 소중히 여기게 하고 필요에 따라 외출 등으로 또래와 어울릴 시간도 충분히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중 축구부 선수들은 오후 3시40분부터 연습을 시작해 5시40분에 마친다. 드리블과 트래핑 등 개인기능 훈련이 1시간, 자신의 포지션에서 필요한 공격과 수비 등 전략ㆍ전술 연습 30분 등 2시간 동안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이다. 지 감독은 하루에 절반 이상을 ESPN 등 스포츠전문 채널, 그것도 ‘축구경기’만 본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축구뿐만 아니라 축구라고 하면 어디든 채널을 찾아간다. 수십년간 축구경기를 시청한 결과, 리그별 국가별 감독별 선수별 등 분석은 끝났다. 이제 안동중 선수들에게, 또 한국 중등축구에 맞게끔 변형해 수만 가지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연습한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바운드 강도, 선수들과 거리 등 ‘킥’ 하나에 종속된 변수도 상당하기에 그는 “축구에 끝이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기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부, 즉 골을 얼마나 잘 넣을 수 있는가는 원론적인 질문이다. 전술과 전략 체력 등 기반이 다져진 나머지 시간은 공격수 수비수 상관없이 모조리 슈팅연습에 올인이다.

지 감독은 일상 연습과 경기 때 선수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기록했던 영상을 적극 활용한다.

“공을 빼앗기고 나서 멍하니 있거나 슈팅 타이밍에서 한번 두 번 접는 버릇은 어린 선수들에게 악습관이에요. 이걸 찍어서 선수한테 보여주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일쑤죠.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엽기도 해요. 하하. 하지만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자극하는 데 제격입니다.”

선수명단을 놓고 코치진과 끊임없이 회의하는 것도 지 감독의 몫이다. 선수들이 수업할 때는 선수 분석과 전략구상, 주말은 유망주 스카웃에 나선다. 그는 “유망주가 있다고 하면 슬리퍼를 신고도 달려갈 정도”라고 말했다. 부임 11년차, 강산이 한차례 바뀐 지금 지 감독의 성과는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국가대표 출신 박지수(25 ㆍ중국 광저우헝다타오바오)를 비롯 여봉훈(25ㆍ광주FC), 서재민(21ㆍ인천유나이티드FC) 등 제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지 감독은 “전국 중등 축구부는 220곳이 있지만 대부분 서울 경기 등 수도권 팀에서 성과를 내고 좋은 선수를 배출한다”며 “지방은 안동중 등 몇 곳이 없어 파급력도 남다르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기쁨은 언제나 일순간이다. 선수 수급과 전체적인 육성 등 감독의 역할과 범위는 운동장을 넘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동은 지난해 안동초 축구부가 해체하며 초등학교 축구부가 사라졌다. 지 감독은 “초등학교에 있는 축구부가 중학교에 없는 곳은 더러 있지만 안동의 유소년 축구는 가분수 양상을 띄고 있다”며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계기관 등이 제도적 기반을 다져줄 필요가 있다” 라고 말했다. 지 감독은 “내년 추계연맹 경기에서 또 우승을 이어가는 게 경기 상 목표”라며 “단순히 축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프로정신과 뛰어난 신체적 기량 등을 갖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인 선수가 되도록 연습에 매진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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