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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0년생 2만여 그루 ‘노란 꽃등’ 밝힌 듯

THEME SPECIAL ‘봄이 이만큼’ -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꽃피는마을’

  • 입력 2015.04.02 00:00
  • 수정 2015.04.02 15:44
  • 기자명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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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노란 기별이다. 마을이 통째로 꽃대궐이다. 꽃샘추위도 다 물러가기 전 마을은 온통 노란 꽃소식, 환한 봄소식이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대구·경북에서 맨 처음 꽃 잔치를 벌이는 동네다. 올해도 이 마을에서 의성산수유축제가 열렸다. 지난 3월 27일부터 사흘간, 올해로 여덟 번째다.
‘봄은 남녘에서 온다’는 말은 서울 사람들이나 할 말이다. 우리 지역에서 ‘봄은 의성 화전에서 핀다.’ 조선시대부터 자생한 200~300년생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일제히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면 마을 안팎과 논밭, 논둑길, 산기슭으로 꽃물결, 꽃사태 진다.
 
숲실마을, 화곡마을로 불리기도 하는 화전2리는 임진왜란 후인 16세기 후반 최씨와 조씨에 의해 개척된 마을로서 당시부터 다래와 머루 넝쿨이 사방 숲을 이뤘다 하여 숲실 또는 화곡이라 했다.
 
전풍마을로 불리기도 하는 화전3리는 조선 선조 13년인 1580년 통정 대부 호조참의 노덕래가 정착하면서 생긴 마을로서 이후 17세기 중반 (350년 전) 박씨, 김씨, 윤씨가 개척한 마을이다. 풍년이 계속되고 풍병(나병) 치료에 좋은 산수유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전풍이라고도 불렀다.
 
올해 의성산수유축제는 풍년기원제와 산수유꽃길걷기대회를 비롯 사생대회, 등반대회, 가요제, 고가음악회, 불꽃쇼, 문화예술단체 공연, 천연염색·전통놀이·떡메치기 등 체험행사 등으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올봄 들어 지역에서 맨 처음 연 봄꽃축제에 함께한 봄맞이 관람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임상(54·영주시) 씨
“5년 전에 이 축제에 왔었는데, 집사람이 사진 찍기를 좋아해 오늘 같이 오게 됐습니다. 꽃이 좀 덜 피어서 아쉽지만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습니다. 비교적 집과 가까운 곳이라 가끔 올 것 같습니다.”
 
- 김기환(29·의성읍) 씨
“꽃구경 왔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도로와 산책로가 넓어져 좋은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네요. 집이 같은 의성지역이라 가끔 구경을 오는 편입니다.”
 
- 권명자(61·봉화) 씨
“영주·봉화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봉화 띠띠미마을에서도 해마다 산수유 축제를 열고 있는데 축제 행사의 하나로 영주·봉화문협에서 시낭송회를 마련합니다. 4월초에 열리는 올해 축제 시낭송회 준비를 위해 답사차 왔습니다. 요모조모 잘 보고 배워도 갑니다.”
 
- 박옥희(39·대구) 씨
“친한 친구 여동생이 여길 같이 가자고 해서 왔습니다. 다들 커플로 왔는데 우리 둘만 싱글인 것 같아요. 그동안 일만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내년에는 봄바람 좀 났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꼭 커플로 올게요. (웃음) 산수유축제 보러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 진숙자(42·대구·가명) 씨
“몸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남편과 같이 왔습니다. 산책로가 만들어져서 좋은데, 아직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마련되지 않아 아쉽네요.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길도 많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산수유나무들이 워낙 좋아서 잘 가꾸는 한편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간다면 지역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우섭(49·대구) 씨
“풍광이 참 좋습니다. 산수유나무들이 잘 보존돼야 할 텐데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저의 고향이 시골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외부 사람들이 몰리다 보면 특히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마을주민들 입장을 먼저 배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화전리 마을 주민 김상권(74) 씨
마늘밭 이랑을 덮어놓은 비닐에 구멍을 뚫어서, 겨우내 자란 마늘줄기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던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 대신 오늘 ‘잔치에 가신’ 영감님의 이름을 밝혔다.
“마늘밭 50평에 한 150~160접 합니더. 올해는 응달에는 산수유 꽃이 좀 덜 핐지예. 사람이 기럽은(그리운, 귀한) 촌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오니 좋지예. 간혹 구경 온 아주머니들이 나물을 캐다가 농작물도 캐가는 경우가 있기는 있어요. 그래도 그거는 우짜다가 있는 일이고. 앞으로는 우예 될지 모르지만, 축제하고 하는 거 동네에서도 다 좋아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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