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장난 전화’다. 경찰 내에서는 만우절 장난 전화가 만우절 못잖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구경찰청에 지난해 접수된 112신고는 총 87만7,392건으로 하루평균 2,400여건이다. 이중 최우선 긴급출동신고는 1년간 3,209건으로 하루평균 8.8건을 처리하고 있다.대구 인구가 230여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따져보면 신고 건수가 많다고 할 수 없다. 만우절 장난 전화는 경찰청의 발신자추적 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신고 건수는 줄었다. 그럼에도 장난 전화 방법이 점점 교묘해
“고려의 태조 왕건이 이끄는 군대가 위세 당당하게 행군하는 모습에서 군위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졌다. 사실과 다르다. 통일신라 경덕왕 때 이미 군위로 불렸다. 그보다는 김유신 장군이 백제를 치기 위해 군위 효령 장군동에 군대를 주둔시킨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한층 유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저런 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위라는 지명이 ‘위세 당당한 군대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믿음 자체다. 믿음 또한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은 때로 사실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품고 역사의
갤러리에 사진 작품이 걸려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가치 있는 사진이란 뭘까. 가장 비싸게 팔린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일까? 특정한 사진이 한 개인에게 가지는 의미 외에, 무언가 공통된 평가 기준이 있지는 않을까? 사진을 표현예술의 한 분야라고 했을 때, 많은 관객에게 공
필자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지하철역 앞에 있어서 종종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지하철을 탈 때 승객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앉아있는 승객 대다수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다.필자의 한의원이 척추관절, 통증치료에 특화된 한의원이기 때문에 그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아, 우리 한의원의 치료시장이 나날이 넓어지고 있구나” 하는 ‘몹쓸’ 생각이 들기도
독일의 의사이자 과학전문 저술가로 활동했던 율리히 렌츠는 이란 책을 펴냈다. 은 출간 당시 독일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는데, 아름다움에 관한 인간의 두 가지 통념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름다운 외모야말로 우리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덕목이라는 ‘과학적’ 고백이었으며 또 하나는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
시골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마을 한가운데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람차게 서있다. 키는 하늘에 닿을 만큼 크고, 턱 버티고 있는 형세는 기운이 넘치고 웅장하다. 꼭대기에 걸려있는 둥지로 까치가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낮은 가지의 가장자리부터 번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빼곡해져서 둥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시골의 봄은 낮에도 밤에도 눈부시
2021년도 1/3이 지났다. 지난해 시작한 아직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1조9천억 달러가 넘는 경기부양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달러 패권국인 미국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문제를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할 것 없이 비슷
타이베이 타위위안국제공항, 착륙료가 가장 저렴한 공항베트남의 학생 신분인 황칸화(27세)가 미국을 여행할 때 환승 공항지에 대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비행기 값을 최대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환승 시간이 빠르고 편의시설이 좋거나 음식과 문화가 맞으면 금상첨화지만, 싼값으로 여행할 수 있는 항공사가 최고다.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가 기착하는 환승지가
입덧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신체적 경험이다. 남성들에게 입덧을 설명하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전날 폭음으로 숙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아침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 앉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입덧 증상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표현된다. 갓 결혼한 새댁이 음식을 먹으려다 ‘우웁’ 하고 속의 메스꺼
내가 소속된 단체에서는 매년 여러 형태의 문화예술사업에 공모한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선정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좋은 기회가 닿아 작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어르신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 주변 어르신들의 문화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여든이 넘으신 어머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현대에서 코르셋은 여성을 압박하는 상징이다. 탈코르셋이란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기존의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하거나 규정하는 외적, 내적 등의 기준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것을 뜻한다. 결국 세상과 타인의 시선이 정한 미의 기준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아름답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북한과 중국동북지역에는 화려했던 고구려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벽화를 품은 고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개마무사(鎧馬武士)’라고 불리는 동북아시아 최강 고구려 철갑기마군단의 위용과 기마사냥으로 대표되는 상무정신(尙武精神)으로 단련된 고구려인들의 씩씩한 기상이 생생하게 표현됐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고구려고분 벽화는 중세문화예술의 정수라 할
영국 친구의 아트 클래스에 따라갔다. 오래된 집에서 노부부가 반갑게 맞는다. 들어서자마자 집주인이 차 한 잔을 권하고, 사람들은 찻잔을 손에 든 채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화분들이 모여 있는 부엌이 아늑하다. 창가는 히터가 가깝고 햇볕이 잘 들어 식물들의 병원이란다. 촛대도 곁에 나와 있다. 촛불 켜진 식탁을 상상하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우리 집
우리는 입버릇처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말이자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균형잡힌 삶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먼저 몸의 균형에 대해 알아보자. 균형 있는 식단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균형을 잡고 걷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드물다. 몸의 균형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때부터 난(蘭)이란 글자가 문헌에 실리기는 했지만 직접 분에 난을 심어 기른 것은 조선시대부터라 생각된다.그중 한국 묵란의 일인자로 추앙받는 추사 김정희는 ‘추사의 방에서 난향이 풍긴다’ 라는 동다송의 내용에서도 알수 있듯 직접 난을 키운 애란인으로 여겨진다.추사의 작품중 난을 주제로 한 「불기심란도(不欺心蘭圖)」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
중국 전통혜란(慧蘭) 명품인 일경구화 ‘봉교(蜂巧)’는 난계 역사에서 명성이 자자한 난으로 중국 강희 황제가 명명을 했다. 하늘과 같이 높은 황제가 어떻게 난초의 이름을 지었을까.청조 강희제 중기(1960년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중국 절강성 일대에 한창 난 붐이 일어 애란인마다 귀하고 좋은 난을 앞다투어 구입하던 시기였다.상해 교외의 주가각이
평소 사무실을 나서면 만나는 풍경이 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단층집들과 그 집들을 배경으로 그곳에 사시는 어르신이 대문 앞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다. 대구 북구의 칠성교에서 경대교 방향으로 가는 신천동로 옆에 자리 잡은 대현동 502번지 주변은 신천을 건너면 칠성시장이 있어 한국전쟁 후 피난민의 주거지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피부나 발 외에도 긴 머리에 대한 로망이 대단하였는데 특히 고구려나 신라인들의 긴 생머리에 중국 대륙이 열광하였다고 한다. 신라인들의 머리카락은 중국에 공물로 보내지거나 수출하였다고 전해진다.아름다운 모발을 탐하는 것을 이야기 하자면 조선시대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시대 때는 머리에 가체를 올리는 것은 사치 풍조의 대명사였다. 심지어 무거운 가체
가수 백년설의 히트곡 중에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가 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번지 없는 주막’과 함께 백년설의 대표곡이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타향 땅을 정처 없이 헤매어야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대구경북의 성주군 성주읍 외곽에는 아름드리 왕버들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
처음 본 영국은 우울하고 쓸쓸했다. 겨울인데도 비가 연일 주룩주룩 내렸고, 습기를 머금은 추위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어둑했던 낮은 오후 4시가 되니 아예 캄캄했다. 세월을 짐작할 수 없는 낡은 건물들로 거리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웃지도 않고 무뚝뚝한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걸었다. 시골에는 살아본 적도 없는데, 푸른 잔디 위에 하얀 양떼가 보이는 곳에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