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이런 곳이 있을까’하는 의문은 곧 ‘요즘도 이런 곳이’라는 감탄에 귀결된다. 바로 대구 진골목의 미도다방에서다. 진골목은 ‘길다’의 경상도 방언인 ‘질다’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규모는 최대 폭 5m, 길이 200m에 불과하다. 대구도시철도 1·2호선의 환승역인 반월당역 15번 출구로 나와 떡집이 즐비한 종로를 따라 150m 남짓 걷다보면 좁은 골목길 입구 바닥에 지름 95㎝로 ‘진골목’이라고 쓰인 그림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도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절모와 헌팅캡 등으로 맵시를 갖춘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유독 잦은 이유는
“눈으로 먹는 사과가 아닌 입으로 먹는 사과생산을 사명감으로 사과농사를 지어왔다.”영주시 부석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송영화(63) 씨에게 올해는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영주시가 지난달 영주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송 씨를 명인분야 영주농업대상을 수여했다. 자연농업에 입문한지 26년 만에 사과농업 명인으로 인정받는 자리였다.송 씨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사과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영주에서 안전한 사과생산을 모토로 저농략 고품질 사과를 생산하는데 힘써 오면서 영주시 사과농가 중 최초로 저농약 인증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소재한 전교생 33명의 미니학교인 자인중학교 ‘윈드 오케스트라’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전교생이 관악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자인중‘자인 윈드 오케스트라’는 학생들에게 1인 1악기 기회를 제공해 문화 예술 역량을 강화하고,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따뜻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2016년 11월 창단했다.창단 이듬해 제16회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에 처녀 출전해 중등부 동상을 수상했으며 2022학년도 제19회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와 제1회 대한민국 합주경연대회에서 각각 은상이라는 값진 성
“전통장류 제조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해 계승시키고 우리 농산물의 소비촉진과 지역 6차산업화 및 도농교류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와 식품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경북 안동시 서후면에 위치한 제비원전통식품(주)의 최명희(72) 대표이사가 16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대한민국 식품대전’ 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후 밝힌소감이다.그는 “한식의 맥을 이어 해외교민과 외국인에게 수출 공급을 활성화시켜 농업발전에 이바지하면서 농업인들이 잘 살 수 있는 살기 좋은 농촌환경을 조성하는 데 몸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최
“캄보디아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괜한 짓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구요.”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The Royal University of Fine Arts)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류기룡(53)교수의 말이다.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2년 NGO 단체의 요청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캄보디아로 건너왔다. 봉사활동을 왔다가 왕립예술대학교에서 공연을 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성악 공연했던 그분을 교수로 초빙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 이에 주저 않고 응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왔다.캄
“대가야는 가야 이상의 가야입니다.”축배를 들기 직전이었다. 고령군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추진해온 가야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올해 6월에 최종 결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2021년 유네스코에서 실사단을 파견해 현장까지 모두 둘러본 상황이었다. 2019년 산사, 2020년 서원에 이어 2022년 가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으나 뜻밖의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2월에 최종 서류를 제출했는데, 같은 달 전쟁이 터져버렸다. 현재는 전쟁의 추이만 관망하고 있
할아버지는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장을 지냈다. 외할아버지는 안동 도산서원장 출신. 한 집안에서 한 명이라도 서원의 수장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원장의 위엄은 어마무시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라 시집을 왔는데 보수적 색채와 분위기는 더 짙어졌으면 짙어졌지 결코 현실과 사회에 희석되진 않았다. 시아버지는 유림단체인 담수회의 발기인이었던 것. 올림머리를 하고 한복을 갖춰 입은 채 온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다. 맏며느리의 운명이었을까. 외출은 남의 얘기, 꿈도 꿀 수 없었다. 눈 감아도 옛 도심 모습 머릿속에 훤하게영주 출생이나 대구 중구의
“올해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드디어 실현했네요. 저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한해 입니다.”그룹 ‘사랑과 평화’ 키보디스트로 유명한 이권희씨는 수몰촌 출신이다. 평생 물에 잠긴 고향 집에 대한 향수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았다. 그의 예술 세계의 뿌리도 사라져 버린 고향의 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경주 신평마을에서 태어나 상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는 익혔다. 20대 중반에 지방 나이트클럽 밴드의 단원으로, ‘밤의 피아니스트’로 잔뼈가 굵었다.남다른 그의 노력과 재능은 2003년 그룹 ‘사랑과 평화’ 7집 앨범 작
의성 마늘은 단군신화 속 마늘에 가장 근접한 마늘이다. 의성 마늘을 설명할 때 꼭 언급되는 금성산의 역사를 알고 나면 누구나 금세 수긍을 한다. 금성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마그마를 분출한 지점이다. 백두산보다 앞선다. 화산재가 만든 응회암 토양이 영양과 맛이 뛰어난 의성 마늘을 탄생시켰다. 단군 할아버지가 호랑이와 곰에게 준 마늘을 현지조달했다면 의성에서 가져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셈이다.‘그 좋은 의성 마늘을 소에게 먹인다면?’1997년 지자체가 시작되면서 맨 처음 누군가 그런 생각을 했다. 전국에서 지역의 브랜드를 만드는
1997년 의성군의료보험조합 대표이사 선거에 두 ‘명예 면장’이 나섰다. 나와 권상수 전(前) 면장이었다. 내가 후발주자였다. 게다가 권 선배는 전임 대표이사의 추천을 받았다. 선거는 간선제였다. 읍면 대표 20여명이 선거인단으로 나섰다. 선거인단 중 누군가가 “아무개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면 후보로 나설 자격을 얻게 되는 형식이었다. 회의가 있던 날,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회의가 시작되자 권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저는 이상문 전 사무국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합니다.”그 한마디로 선거가
경북도의회가 지난 10월 독도수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허 복(63. 구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9명의 위원을 선임했다. 허 위원장은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한 독도시설사업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다음은 허 위원장과 일문일답 인터뷰.독도수호특별위원회가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독도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경북도의회 독도수호특위는 경북도가 관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보물인 독도를 경북도의회 차원에서 수호하기 위해 구성한 전담기구이다. 독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독도에
작은 고을 경북 의성의 대표 브랜드로 전통 ‘마늘’에다 ‘연예인급 보디빌더 김민재’를 추가해야 할 듯하다.의성고 김민재(18)는 지난 10일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벌어진 제103회 전국 체육대회 보디빌딩 75㎏ 이상급(고등부)에서 우승했다. 전국 시도의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8명에게만 결선 무대에 오르는 영광이 부여된 이날 결승전에서 김 선수는 압도적 기량과 퍼포먼스에 출중한 외모까지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다.이날 대회는 생동감 넘치는 음악과 화려한 무대 그리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사회자의 박진감 넘치는 멘트 속에서 진행됐다. 한
“기상청자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7도나 상승, 세계평균상승속도보다 2배나 빠르고, 연평균 강수량도 100㎜나 증가했다”며 “체온이 정상보다 1도만 높아도 심각한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지구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가뭄과 홍수, 산불 등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전환교육’ 강화에 나서서 주목받고 있다.임 교육감은 “생태전환교육은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고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단순한 방법의 전환보다는 생각의 전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신현국(70) 문경 시장을 만나면 노래 한 소절쯤 듣게 된다. 말로 다 못 할 말을 으레 노래로 전한다. 방송에 출연해서도 “그 동안 정치를 하면서 아내가 제일 고생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답 대신 저 노래를 불렀다. 다짜고짜 부르는 노래 같지만 가사를 곱씹어 보면 저보다 명답이 없다. 신 시장은 2006년에 정치에 뛰어들어
“남은 여생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애쓰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권동순(66) 한국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KCCA) 대표는 2022년 ‘안동인의 날’ 행사에서 ‘자랑스런 시민상’을 수상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의 표현 그대로 그는 ‘멀티플레이어’다. 사업이면 사업, 문화면 문화, 작가면 작가,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한 프로필을 쌓았다. 안동간고등어라는 문화상품을 개발한 것도 그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그가 창안해 낸 창업 소재는 다양하다. 먼저 하회탈춤 문화상품이다. 그동안 탈
“국궁은 선비의 몸짓과 예법, 품위가 깃들어진 전통 스포츠입니다. 서양에서 테니스가 귀족 스포츠라면 우리나라는 국궁을 꼽을 수 있죠.” 안진욱(73)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은 지난 8일 지역 최초 국궁 민간단체인 ‘대구궁도사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과반수가 궁력 5년 이상인 데다 선수로 활동한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실업 선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실력자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그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전통 스포츠 보급과 문화 교류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지역 최초 민
“절은 신앙의 터전이기에 앞서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선조의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스님들의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사찰 등 문화재관리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통편만 지원이 된다면 노인분들께 는 마음수양과 노동,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후대를 위해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자긍심은 덤 이죠. 사찰과 문화재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지난 7월 개원한 구미시의회 의정활동만으로 정신없던
“한국 간장이 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겁니다.”지난 8월, 간장 전문 제조업체인 대구의 삼화식품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처는 태국이었다. 지난해 8월 삼화에서 출시한 신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차은우가 모델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졌으나,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생산자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재(56) 삼화식품 대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간장의 맑고 깊은 맛, 산뜻한 향에 매료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 간장 이 태국인의 입맛을
런투유줄넘기클럽은 올해 비수도권 최초로 줄넘기국가대표 3명을 배출했다. 성인 국가대표 김원우(17)선수와 주니어국가대표 서승민(16)선수, 이지훈(15)선수다. 줄넘기 국가대표가 성인, 주니어별로 각 3명, 총 6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이들을 지도한 김경록 런투유줄넘기클럽 선수단 감독은 “줄넘기와 관련된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대회 참석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줄넘기를 했던 친구들이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가 된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각종
“야가 뭐를 잘몬 뭇나, 와이카노?”결혼할 아가씨를 집에 데려갔더니 마뜩잖은 반응이었다. 그보다 동네에서 난리가 났다. 내 고향 경북 의성은 경상북도에서도 정중앙이다. 순도 백 퍼센트의 경상도 청년이 전라도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하나 같이 손사래를 쳤다. - 당시는 정치판의 영향으로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를 상극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 아가씨 집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경상도 청년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중매쟁이들이 교사나 공무원 청년의 프로필을 들고 집을 들락거리고 있는 판에 ‘농사꾼’ 사위는 썩 내키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