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이 단 하나의 강렬한 수식어로 기억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화씨’ 문익점, ‘명필’ 한석봉, 하는 식으로 역사적 위인들에게나 어울리는 명예다. 문희갑 전대구시장에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수식이 붙는다. ‘나무’다. 어린 세대라면 모를 까 문희갑, 하면 ‘나무 시장’을 떠올린다.나무에 관한 그의 기록을 읽어 노라면 청량한 공기가 콧속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재 임기간 동안 무려 64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여름, 하면 곧 찜통으로 통하던 대구 도심에 시원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금싸라기 땅에 공원을 만들어 도시숲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경쾌한 목속리로 ‘하트 뿅뿅’ 손 하트를 날리며 눈도 찡긋하는 딸아이. “학교 갔다 올게.” 무색 무표정으로 낮은 톤의 목소리로 인사하는 아들.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만큼 인사 방법도 제각각이다. 길고도 지루한 겨울방학이 지나고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 농사짓는 엄마로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이고, 아이들에게는 기대와 설렘의 3월이다.겨우내 전투적으로 마라톤처럼 딸기 농사를 짓느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아이들도 덩달아 겨울방학 내내 청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과 농장을
“나 회사 그만둬야겠어.”결혼을 해서 몇 해 지나지 않았을 즈음이었다. 불쑥 사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아내가 그 말을 듣고 나를 안방으로 데려가더니 수표 다발을 내놓았다. 1,500만원이었다. “당신이 불쑥 회사를 그만둔다고 할 것만 같아서 내가 모아뒀어요. 근데 지금껏 모은 게 이것밖에 안 돼요.”이야기를 들어보니 눈물겹게 모은 돈이었다. 새벽 4시에 몰래 일어나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스카치 테이프로 가장자리를 꼼꼼하게 여민 뒤 우유와 신문을 배달했다. 아이들 돌보기 벅찼을 텐데 그렇게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새벽일을
“대구시는 7,000억 들여서 유령열차를 만들 계획입니까?”김상출 대구종합유통단지 이사장은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기본 계획안에 대해 “말 그대로 탁상공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엑스코선이 엑스코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론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적으로 이용객 없는 유령열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대구시가 지난 13일 공개한 도시철도 엑스코선 기본계획안에는 엑스코 서관과 동관 사이가 아닌 엑스코에서 200m정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도시철도 엑
전국 유일의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청도 반시(盤柹, 모양이 동글납작한 감)가 제2의 도약을 꿈꾸며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청도 반시 가공식품 최대 생산업체인 ㈜네이처팜은 3월7일부터~10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푸덱스 자펜(2023 FOODEX JAPAN)을 통해서 일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일본 시장으로 가는 수출 관문인 푸덱스는 독일의 아누가, 프랑스의 시알과 함께 세계 3대 식품 박람회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 푸덱스틑 일본 시장으로 가는 수출 관문으로
(재)경북테크노파크(경북TP)가 최근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을 적극 반영해 자체 기능 강화·전문기관화로의 위상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경북 지역 중소·벤처기업의 파트너로 지역의 산·학·연·관 협력네트워크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하인성(60) 경북TP 원장은 “혁신을 통한 경북의 뉴딜을 지속적으로 주도, 적재적소의 유기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가치 실천에 따른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경북테크노파크로 거듭 나겠다”며 조직 강화에 나섰음을 밝혔다.하 원장은 “지역 중소·벤처기업에
“시민들에게 미술품 소장 욕구가 숨겨져 있었음을 알게 됐고, 지역 작가들 또한 작품을 판매할 기회를 찾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인구 10만명 남짓한 중소도시 경북 영주에서 지난 2월10~19일 ‘한집 한그림 걸기 작은 그림전’이 열렸다. 지역 미술작가들의 그림을 한곳에 모아 판매목적으로 전시회를 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영주시 구 후생시장에 위치한 ‘즈음 갤러리’를 운영하는 송재진(63) 작가가 영주시민신문과 공동으로 연 미술전시회다. 코로나19로 3년여 동안 제한을 받았던 전시회를 열어 작가들에게는 창작 의욕을 북돋우
지난 1988년, 미국 국회 관계자가 통역관을 대동하고 강원 원주에 있던 영담(70) 스님의 전통한지연구소를 찾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형태가 유지되는 종이가 필요하다”며 “전 세계를 찾다가 여기가 가장 내구성 좋은 종이를 만든다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그 즈음 조지 워싱턴 등이 작성한 독립선언문의 원본이 삭아서 마이크로필름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그 또한 믿을 수 없어서 천 년 이상 보존되고 있는 한국 종이에 관심을 돌렸다. 중요하게 보존해야 할 다른 문서들도 라이스페이퍼로 불리는 동양 종이, 그중에서도 천 년 이상 현존하고 있는
“안녕하세요! 어서 오이소! 뭐를 도와 드릴까예? 잠시만 앉아 계시이소!”업무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업무 마감에 맞춰 인사말을 연습한다. 경북 청도 매전 농협의 풍경이다. 그 덕에 인사가 천성이 됐다. 문이 열리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일어나 인사를 건넨다. 사무적인 말투도 아니다.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과 친절이 배어있다. 농협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누구라도 농협에 들르면 조합장이 권하는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받는다. 차를 마시며 다양한 농사 정보와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청년 농사꾼들과 70대 노년층 조합원들까지
현재 지방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소멸에 따른 지방소멸 현상이다. 인구소멸 위험 최대지역인 경상북도 는 최근 10년간 약 17만 명의 청년인구가 감소했다. 주된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 제조업쇠퇴, 대기업이전 등에 따른 ‘일자리부족’ 등이다. 통계청 저출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9년 1.08명 출산율에서 2020년 1.00명, 2021년 0.96명의 출산율을 기록, 해마다 지속적이며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 요인의 핵심은 직업(62.
올해 3월 취임 10개월을 맞이하는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군 민선 8기 역점시책인 ‘5·5·5 프로젝트를 통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을 끌어 올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고령군 민선 8기 역점시책인 ’5·5·5 프로젝트‘는 이남철 군수가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 새로운 고령 만들기’ 기치 아래 ‘인구 5만 명 도시, 신규주택 5,000호, 청년인구 5,000명’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공약 핵심 사업으로 손꼽힌다.이 군수는 이에 맞춰, 취임 후 모든 군정업무에서 “인구소멸·지방소멸의 위기에서 인구증대와 지역발전
“너무 힘들어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요.”2011년 가을, 경북 예천군의 용궁초등학교에 다니던 6학년 솔비(가명)는 호흡이 힘들어져 병원에 실려왔다. 하룻밤 사이에 폐가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변하는 난치병이었다. 폐의 절반 이상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바람에 스스로 숨을 못 쉬어 마스크형 산소호흡기를 찼다. 솔비는 너무도 고통스럽고 두려워서 의사 선생님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치료비가 만만치 않으리란 걱정도 마음 한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주, 기적처
“경북 군위 대추의 품질이 최고라는 건 대추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정사실입니다. 저는 한술 더 떠서 군위 대추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혜(56)씨는 경북 군위에서 알아주는 대표 대추 농사꾼이자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사장이다. 그가 만든 ‘대추 스낵’이 올해 초부터 군위 군청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간식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군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씨는 “미국 중국 등 대추 산지나 소비 지역을 두루 다녀봤지만 군위 대추만큼 실하고 맛있는 대추는 없었다”면서 “제가 직접 만져보고 맛보았던 만
“결승보다 8강전에서 더 긴장했어요.”경북 성주여자중학교 김가람(2학년) 선수는 경북에서 손꼽히는 태권도 새싹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해 지난해 태권도원배 전국태권도대회 1위, 아시아카뎃국가대표 선발전 2위를 차지하더니 제주도에서 열린 올해 첫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재밌는 점은 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8강전이었다는 것이다. 한해 전에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맞붙였던 선수였다. 해당 경기에서 점수 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심판 경기 중지(RSC)로 패배를 당했다. 왼발잡이인 데다 측면
“이번 졸업부터는 경위님 이름으로 장학금을 수여하는 건 어떨까요?”지난해 11월 윤흥용(58) 대구 성서경찰서 교통사고 조사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대구 성서초등학교 정종만 교장. 윤 경위가 자신의 모교인 성서초등학교 결식아동을 위해 21년째 이어온 기부금이 2,300만원을 넘어가자 졸업생들에게 윤 경위 이름으로 장학금 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정 교장은 “교직 생활 35년 동안 이렇게 장기간 기부를 이어온 분은 거의 기억이 없다”면서 “모교에 선배의 이름을 딴 장학금이 수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
“언어를 공부하면 새로운 뇌의 영역을 자극해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 공부 자체가 노년들에겐 봄날의 햇살 같은 희망인 셈이지요.”지난해 12월 25일 치러진 토익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한 정윤선(62)씨는 독학으로 토익 만점을 맞았다. 두 손녀를 둔 할머니이기도 한 정씨는 2009년 치른 첫 토익 시험에서도 970점을 받았다. 만점을 목표로 도전한 끝에 14년 만에 만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 씨는 “40세에 남편을 따라 건너간 미국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시작했는데 이런 좋은 성적까지 받아들어 행복하다”면
“애 아버지가 누구니?”농아학교를 떠난 지 3년, 소녀 같은 농아인 아가씨는 임산부가 되어서 돌아왔다.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아기를 낳은 후 다시 물었다.“애 아버지가 한국인은 아니구나?”그간의 사정은 이랬다. 경북 구미에 있는 작은 봉제공장에 취직했다가 숱한 우여곡절 끝에 대구로 흘러들었다. 미군 흑인 병사를 만나 작은 월세방에서 살림을 차렸다. 만삭 즈음 그 병사는 훌쩍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미군 부대를 일곱 번이나 방문해 주소를 겨우 알아냈다. 아이 엄마와 아기의 사진을 동봉해 흑인 병사에게 편지를 부쳤다.
“여보, 꼼짝없이 바빠지기 전에 제발 치과부터 갔다 와.” “여보, 딸기 쏟아지면 꼼짝 못 하니까 내일은 블루베리 화분 꼭 하우스에 넣자.” “우리는 딸기 따면 바빠서 모임에 잘 못 나와요.”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항상 우리 부부의 이야기는 딸기 따기 전에 모든 일들을 마무리하자는 것으로 농사 계획이 시작된다. 딸기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농사로 우리 같은 성격은 새벽에 시작해서 밤늦도록 일을 해야 끝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가 큰 아이가 일곱 살, 작은 아이가 네 살 되던 해에 경북 청도로 귀
1815년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에 위치한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지난 2000년 이래 규모가 가장 컸던 화산으로, 9세기 중ㆍ후반 동아시아의 지각 변동을 가져왔던 백두산 화산보다도 2배나 강한 초대형 화산이었다(화산 폭발 지수 7). 참고로 백두산 화산의 화산 폭발 지수는 6.5정도라고 추산한다. 탐보라 화산이 불러온 지구적 재앙 탐보라 화산의 폭발로 지구의 기온은 2도 가량 급락했고, 지구 곳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발생했다. 특히 서유럽과 미국은 1816년이 여름이 없었던 해(a year without Summer)’라고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인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이 인재들이 경제를 일구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한국의 교육열과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을 따로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을까. 인재가 곧 국력이다. 그런 면에서 기성 세대가 추진하는 다양한 장학사업은 그야말로 국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사업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의성군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정해걸(1939-2021) 군수가 만든 장학재단이었다. 나는 3대 이사장이었다. 결론적으로 모금이 잘 안 되었다. 출향인사를 찾아가 부탁하는 등 나름의